동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일본의 인기 상품 순위도 크게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내수 소비가 침체된 가운데 여름철 전력 부족에 대비한 제품과 서비스가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올 상반기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를 끈 히트상품으로 선풍기 등 '절전 제품'과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한 '애프터-4 판촉 프로그램'을 꼽았다.

히트상품 순위는 전통 스포츠인 스모의 서열을 표시하는 '반즈케(番付)'를 따른다. 가장 불티나게 팔린 제품은 일본 스모 챔피언을 일컫는 '요코즈나(橫綱)' 자리에 올린다. 그 다음은 일본 스모 서열에 따라 '오제키(大關)' '세키와케(關脇)' '고무스비(小結)' 등으로 부른다.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는 1991년 이후 20년 만에 '요코즈나'가 '공석'으로 처리됐다.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붙일 정도로 잘 팔린 제품은 없었다는 뜻이다.

상반기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힌 '절전 제품'과 '애프터-4 판촉 프로그램'은 2위에 해당하는 '오제키' 자리를 차지했다. 절전 제품 가운데는 선풍기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원전 사고로 여름철 전력 부족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선풍기를 사들인 결과다.

건물 창문 쪽에 '고야' 등 덩굴식물을 심어 태양열을 차단하는 '그린커튼'도 절전 대책으로 각광을 받았다.

'애프터-4 판촉 프로그램'은 호텔과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파급 효과가 컸다. 음식점과 호텔 스포츠센터 등은 오후 4시께 들어오는 손님에게 할인 혜택을 주거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촉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이 밖에 페이스북(www.facebook.com)과 쿨비즈 의류,안드로이드폰,'메이드인 도호쿠' 제품 등이 '세키와케'와 '고무스비' 등급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상반기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절약(save)' '사회(social)' '공감(sympathy)' 등 '3S'를 꼽았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