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금을 경영간섭 도구로 써선 안돼"
"국민연금을 대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이나 간섭의 도구로 써서는 절대 안 됩니다. "

23일 국민연금 뉴욕사무소 개소식을 앞두고 서울 잠실 본사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 우려에 대해 "평소 소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기업들이 잘돼야 연금 재정도 튼튼해진다"며 "(국민연금과 대기업은)긴밀하게 상호 협력해야 할 관계이지 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뉴욕사무소 같은 해외 거점을 얼마나 늘릴 계획입니까.

"내년에는 영국 런던과 홍콩 등 두 곳에서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미주 유럽 아시아 등 대륙마다 한 곳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무소는 해외 투자 확대 및 투자 다변화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국민이 낸 보험료를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시장의 16%,주식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만 소화하기에는 국민연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습니다. 지금도 해외투자 비중(13%)은 국민연금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낮습니다. "

▼주식 투자 비중이 늘어나면 손실 위험도 커지는 것 아닙니까.

"개별 자산의 위험은 높더라도 분산 투자를 하면 전체 운용자산의 위험률을 낮은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다변화 전략을 쓴다면 단순히 채권에 투자하는 것보다 전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해야 한다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이구,겨우 가라앉은 이슈를 또 꺼내려 하십니까. (이 질문이 나오자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그러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기업들이 잘돼야 국민연금 재정도 튼튼해지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긴밀하게 상호 협력해야 할 관계입니다. 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곽 위원장의 생각과는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곽 위원장과 나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국민연금이 시한폭탄이라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시기가 10년가량 앞당겨졌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는 잘 읽었습니다. 한경이 보도한 대로 연금 급여 수준에 비해 보험료율이 낮은 편이어서 장기적으로 기금이 소진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억울한 점도 많습니다. 한국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두 차례에 걸쳐 제도 개혁을 단행했고 다른 선진국 공적연금에 비해서는 재정상태가 양호한 편입니다. 물론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추가적인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겠지요.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쿠션(돈)'은 충분합니다. "

▼헤지펀드에 투자할 계획인가요.

"헤지펀드는 다양한 투자기법을 통해 전체적인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투자 상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통해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헤지펀드라면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

▼국민연금을 활용한 복지사업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기금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규 조성자금의 1% 이내로 가입자 및 수급자를 위한 복지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실제로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연금 수급자에 대한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1인당 500만원을 한도로 생활자금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국채 이자 정도만 받고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기금을 활용한 복지 사업은 운용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

연금공단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입니까.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습니다. 고객센터에 접수된 불친절 신고 건수가 제가 취임한 2009년에는 176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0건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제도 운영 면에서 앞으로 서비스 폭을 넓히고 질을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

■ 전광우 이사장 약력

△1949년 서울 출생 △서울 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학 교수 △세계은행(IBRD)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총괄부회장 △딜로이트컨설팅 회장 △포스코 이사회의장 △금융위원장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