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 또다시 불발됐다. 2009년 이후 올해로 세 번째 좌절이다. 하지만 이날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MSCI 지수를 작성하는 MSCI바라는 22일 '2011 리뷰' 결과를 통해 "한국과 대만은 MSCI 이머징지수로 유지될 것"이라며 한국의 선진지수 진입 실패를 공식 발표했다. 한국과 대만의 선진지수 승격 여부는 내년 6월에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MSCI 지수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바라가 작성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대형 펀드들의 주요한 운용 기준으로 활용된다.

MSCI 선진지수 편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감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이 23조~25조원가량 추가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시장은 MSCI 선진지수 편입 실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선진지수 편입 불발을 예상하고 있었던 데다 MSCI 측이 이유로 밝힌 환전 부담과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ID 시스템)의 경직성 등 규제 부분이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근본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주요 신흥시장인 한국과 대만이 함께 탈락했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을 것이란 판단도 한몫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그리스 의회의 새 내각 신임투표 가결과 뉴욕 증시 급등 마감에 힘입어 전날보다 0.7%가량 뛰며 시작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 무산 소식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 실패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경기 부진에 따른 저금리와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고금리 고수익 지역인 신흥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국내 증시가 신흥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는 신흥시장의 대표 증시로 한국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데다 언젠가는 선진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