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또 다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여서인지 증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MSCI지수를 산정하는 MSCI바라는 한국 증시의 이머징지수 잔류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시장접근성 제약'과 '시세데이터의 반(反)경쟁원리'다. 외환 자유화가 충분하지 못하고,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위한 투자등록제도(ID 시스템)의 경직성이 시장접근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세데이터를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삼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시세데이터의 독점이 선진지수 승격의 걸림돌인 것으로 해석했다. 외국인 투자등록제 등은 상당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지수 사용권을 MSCI바라에 내주지 않자 선진지수 승격을 보류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MSCI바라가 코스피지수 사용권을 갖게 되면 여러가지 사업이 가능하다. 코스피지수 선물옵션을 싱가포르 등 외국 증시에 상장시킬 수도 있다. 외국인들로선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감수해야 하는 환리스크없이 코스피지수에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MSCI바라는 이를 통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반면 한국 증시에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상당 부분 빠져 나갈 공산이 크다. 한국거래소가 지수 사용권을 끝내 내주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MSCI바라는 2008년 한국과 대만을 선진지수 후보로 선정했다. 시가총액이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이스라엘이 그랬듯이 후보에 선정된 이듬해에는 거의 대부분 선진지수로 승격됐다. 시가총액 세계 17위인 한국 증시는 MSCI바라가 정한 선진지수 편입 기준인 시장규모,유동성,기타 항목 등을 모두 충족한다. 그럼에도 국가 신용등급이 최하 수준으로 떨어진 그리스를 선진지수에 잔류시키면서까지 한국의 승격은 보류했다.

이러다보니 일개 지수사업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줄 세우고 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MSCI바라가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불발을 발표한 22일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15포인트 올랐다. MSCI바라는 그 까닭을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