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국가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금융 안정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및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국가신용 위험과 공공부채 관리에 관한 국제회의’ 오찬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어렵게 회복되고 있으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신용 위험이 부상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그는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는 경제주체들의 자본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며 “국채는 주요 투자대상일 뿐 아니라 각종 금융상품 가격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쌓이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유럽연합(EU)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국가부채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지만 적정 국가부채 규모는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시장이 국가부채의 상환 능력에 의심을 가지면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상승해 적정 부채 규모도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재정정책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그리스 사례를 언급했다.그리스 재정위기가 처음 거론됐을 때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몇 차례 수정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저금리 정책으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금리가 낮으면 단기적으로는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돼 국가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고 사회복지 예산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재정건전성 유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