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날려보자.어린 시절의 꿈이 하늘에서 춤추고 있다. 화면에서 연은 다시 살아나 자유롭게 공간에 궤적을 남기고,나는 그저 따라만 갈 뿐이다. '

한국적인 표현주의를 개척한 서양화가 최홍순 씨(67)의 조형 예술론이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송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그는 "20세기 초 인상주의의 반동으로 전개된 표현주의 기법을 한국적인 화풍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화면에 '오방색의 정신''자아와 영혼'을 자유롭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자유분방한 운필은 두텁고 거칠며 둔탁한 질감으로,화면은 현란한 오방색으로 자리를 바꿨다. 경기도 구리 덕소의 장욱진 화백 집에 드나들며 익힌 한국의 미의식은 그대로다.

"서양의 표현주의 미학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계승해야 할 것인가를 줄곧 고민해 왔죠.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아예 캔버스 위에 물감을 짜서 바르거나 겔미디움(광택효과 내는 물질)을 사용해 봤습니다. "

그는 서울 성내동 자택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 10시간씩 작업에 몰입한다. 작업실에 앉아있을 때 가장 큰 행복과 자유를 느낀다고 했다. 작품 소재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에서 건져올린다. 그 추억은 달과 연,초원,나무 같은 것들로 언제나 화면 한가운데에 핵심 모티브로 등장한다.

모든 사물에는 다양한 색깔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유년시절 생활 속에서 체험한 갖가지 이미지를 다룬 반추상화 작품에 영혼을 담아낸다. 작품에 '숲''산사''옹달샘'(사진) 등의 제목을 붙인 것도 아련한 추억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때는 현실이었지만 이젠 기억 속에 묻혀버린 스토리들이다. 그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수의 시절,그속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표현주의 방식으로 끄집어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02)730-58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