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城 길목마다 紅燈이 불 밝히면 나시족 여인네의 춤판이 벌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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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의 베니스' 중국 윈난성 리장
800년 역사의 고성 벽면엔 예술품 같은 동파문자가 가득
수많은 도로와 골목은 푸른 빛의 水路와 만나고
아담한 정원 갖춘 객잔에선 나그네가 술잔을 기울이네
800년 역사의 고성 벽면엔 예술품 같은 동파문자가 가득
수많은 도로와 골목은 푸른 빛의 水路와 만나고
아담한 정원 갖춘 객잔에선 나그네가 술잔을 기울이네
"시간이 멈춘 듯한 리장(麗江),이곳에서는 누구든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차마고도의 중간 기착지이자 남방 실크로드의 통로이고,중원과 동남아를 이어주는 무역 통로의 거점 도시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
중국 윈난(雲南)성 리장에서 몇 년째 라이브 음악 카페 '프레시남(freshnam)'을 운영하는 한국인 남 사장의 말이다. 모히칸 머리 스타일을 하고 신나게 기타를 치며 한국 노래를 부르는 그의 옆에는 은빛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캐나다 기타리스트 로버트가 있다.
둘의 수준급 기타 연주는 밤이 깊도록 이어진다. 고성의 길목마다 홍등이 불을 밝히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객들이 카페를 가득 메운다. 영어,프랑스어,한국어,중국어 등 여러 나라 언어가 어우러져 유럽 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물길 따라 고성의 정취가 흐르는 도시
'구름의 남쪽' 윈난에 위치한 리장은 '동방의 베니스'로 불린다. 고성 안에 미로처럼 퍼져 있는 수많은 도로와 골목은 수로와 함께 이어진다. 돌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과 그 물에 몸을 살짝 담근 수양버들,홍등이 이국적 정취를 한껏 뽐낸다.
리장은 나시족(納西族) 말로 '진사(金沙)강이 머리를 돌리는 곳'이란 뜻.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도(古都)다. 1996년 기록적인 대지진 때 콘크리트 건물들은 모두 초토화됐지만 고성 안의 나시족 전통 가옥들은 멀쩡했다. 중국 정부는 지진으로 무너진 도시를 재건하면서 나시족의 전통가옥 형태로 복구하도록 했고,유네스코는 재건된 리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인구 30만명 안팎의 나시족은 동파(東巴)문자와 동파문화로 널리 알려진 저력의 민족이다. 1000년 이상 이어져온 동파문자는 아직도 1700여개가 남아 있고,지금도 쓰이는 세계 유일의 상형문자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고성 안을 걷다 보면 벽화 형태로 남아 있는 동파문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글자라기보다 그림에 가까워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밤에는 춤판,낮에는 노점상 좌판 물결
리장 고성의 역사는 800년 남짓이다. 윈난 지역의 정치 · 군사적 요충지이자 나시족,한족,장족 등 다양한 민족들의 문화가 섞여 있다. 각종 특산품의 교환이 이뤄지는 이곳의 중심은 쓰팡제(四方街).사방으로 길이 나 있어 고성의 어느 골목을 헤매도 쓰팡제를 만나게 된다.
밤에는 흥겨운 춤판,낮에는 각종 노점상이 펼쳐져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 모닥불을 피우고 나시족 민요를 틀어놓은 채 전통의상을 입은 아낙들과 관광객이 손을 잡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한판 신나게 어울린다. 쓰팡제 옆에는 22대에 걸쳐 500여년간 리장 지역을 통치한 무(木)씨 가문의 통치 장소인 무푸(木府 )가 있다.
크고 작은 가게들이 늘어선 리장 고성 안에서는 각종 기념품과 먹을거리,푸얼(보이)차와 야크 육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담한 정원을 갖춘 객잔(1박 약 1만4000원)이 즐비하다. 고성 안에서는 '싼옌징(三眼井)'이라는 세 칸짜리 우물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집 앞 수로에 칸막이를 설치해 물을 가두어 놓고 첫째 칸에 흘러든 물은 음용수,둘째 칸은 채소나 쌀을 씻는 물,셋째 칸은 몸을 씻는 허드렛물로 사용한다.
◆위룽설산과 쑤허 고진의 신비로운 멋
위룽설산(玉龍雪山)에 가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리장 고성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에서 표를 끊고 다시 버스,케이블카,소형 전동차로 갈아탄다. 해발 3240m의 위룽설산은 만년설로 뒤덮여 정상부는 하얗고 그 주변은 석회석으로 덮여 있다. 위룽설산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순백의 물살이 층층이 흘러내리는 바이수이허(白水河)를 만난다.
설산에서 내려와 리장에서 4㎞쯤 떨어진 쑤허(束河) 고진(古鎭)으로 향한다. 설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수로를 타고 마을 전체를 통과하는데 물빛이 투명해 거울처럼 모든 사물을 반사시킨다.
가죽 공예가 특산품이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화보 촬영을 하러 온 팀도 자주 눈에 띄고 노천 카페도 많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통 타악기와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가 쑤허 고진의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흐른다.
◆ 여행 TIP
한국서 리장까지 12시간…최소 5박6일은 잡아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리장을 여행할 때 적격이다. 한국에서 리장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첫째는 매일 한 편씩 있는 아시아나항공이나 대한항공 직항편으로 쿤밍에 간 뒤 하룻밤을 자고 쿤밍에서 리장공항으로 가는 것.둘째는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상하이 훙차오(虹橋)공항으로 간 다음 5시간을 대기한 후 쿤밍을 거쳐 리장으로 가는 방법이다.
완행열차 개념의 중국 국내선 비행기는 승객의 일부를 쿤밍에 내려준 후 리장으로 가는 승객을 다시 태운다. 가장 빠른 길을 택해도 12시간 남짓 걸리기 때문에 최소한 5박6일 이상의 일정을 권한다.
리장공항에서 리장 고성까지는 40~50분가량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사계절 옷을 골고루 준비해가는 게 좋다.
리장(중국)=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