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본 이름 대신 쓰는 자(字)를 스스로 '여해(汝諧)'라 지었다. '어울리다''화합하다'는 뜻의 '해(諧)'는 '말씀 언(言)+다 개(皆)'로 이뤄진 글자다. '모두 다 말할 기회를 가지며 어울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난중일기》를 쓴 7년 동안 이순신 장군의 하루 일정을 살펴보면 잠자는 시간 28%를 제외하고 활쏘기 30%,부대관리와 교육훈련 24%,나머지 18%인 약 4.32시간을 부하들과 술 마시는 데 썼어요. 회식 자리를 빌려 속내와 집안 사정을 시시콜콜 털어놓는 5000여명의 수군과 빈번하게 의사소통을 했고 흩어진 조직을 공감대로 이끌었죠."

《공자와 잡스를 잇다》의 저자 심상훈 브랜드매니지먼트HNC 대표(47 · 사진)는 성공적인 리더십의 덕목으로 '해(諧)'자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공자와 잡스를 잇다》는 40개의 한자를 중심으로 글자의 함축적 의미를 해석하며 경영학 인문학과 접목시킨 책.《논어》 《사기》 《도덕경》 등 동양의 고전부터 잭 웰치와 스티브 잡스,마쓰시타 고노스케,이병철 등 국내외 경영자와 투자자들의 사례를 폭넓게 소개한다.

저자는 기업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정성 성(誠)'을 들었다. 그는 "말(言)을 이루려고(成) 죽도록 노력하고 몸소 서비스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부담 없고 재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한자 및 경영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편안할 '안(安)'에서는 스타벅스,카페베네 등의 사례를 들며 여성 소비자들이 한번 부정적인 선입관에 빠지면 두번 다시 그 공간을 찾지 않는다는 행동경제학을 설명한다.

'버릴 폐(廢)'라는 글자를 통해선 '사람들이 가치없다고 치부하는 것들에 대한 선입견( )을 치우고 나면 새로운 창의력이 피어난다(發)'고 해석하며 강우현 남이섬 대표의 사례를 든다.

그는 "최근 한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 한자가 결국 그림이고 무한한 의미와 해석을 내포하고 있어 상상력을 키우는 데 좋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애플의 성공 신화를 이룬 스티브 잡스가 얘기하는 것도 인문학과 창의력,기술의 접점"이라고 덧붙였다.

북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컨설턴트,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1000자' 해석에 도전할 계획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