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지지부진하던 삼성그룹주 펀드가 달라지고 있다.

23일 펀드조사기관 에프앤스펙트럼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최근 한달 사이에 삼성그룹주 펀드로 2341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도 190억원이 들어왔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선방하는 중이다. 최근 한 달간 삼성그룹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44%로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3.02%)보다 양호하다. 1주일 수익률도 -0.72%로 국내 주식형 펀드(-1.68%)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3개월 전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삼성그룹주 펀드에서는 2959억원이 빠져나갔다. 한달 평균 수익률도 -0.34%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8.32%)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

가장 규모가 큰 삼성그룹주 펀드인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2(주식)'의 경우 3월 말 1조8000억원에 달했던 설정액이 5월 초에는 1조7500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그룹주 펀드가 그 동안 부진했던 것은 OCI, LG화학, 현대차, 기아차 등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가 급등하면서 시장을 이끄는 사이 다른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제일모직을 제외하면 차화정에 속한 종목이 없다. 그나마 제일모직도 순수화학 업종이 아닌 정보기술(IT) 소재업종으로 분류돼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증시 조정과 함께 기존 주도주들이 크게 하락하자 대신 가격 매력이 있는 IT주에 대한 관심이 돌아오는 모습이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리스크 해소 등으로 기존 주도주들이 주춤하면서 대신 그 동안 많이 소외됐던 종목 중 밸류에이션 매력 있는 종목으로 투자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주가 다시 발굴되면서 펀드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IT업종에는 삼성전자삼성SDI, 조선에는 삼성중공업, 건설에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종목을 고루 갖추고 있다.

백 팀장은 "한 펀드당 종목 편입 비중을 10% 이상 둘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펀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삼성그룹 내 종목에 대해 각자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같은 삼성그룹주 펀드라도 성과가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