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로렌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설립 2년밖에 안 된 벤처기업의 이사회 멤버가 됐다. 백악관 출신 등 워싱턴 인사들의 실리콘밸리행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23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서머스는 전자결제 업체인 '스퀘어'의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서머스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고 하버드대 총장으로 재직한 뒤 오바마 정부에서는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했다.

서머스를 영입한 스퀘어는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2009년 설립한 전자결제 업체다. 도시는 "서머스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NYT는 "서머스가 갖고 있는 백악관에 대한 영향력은 급성장하는 전자결제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페이스북이 영입한 백악관 출신 인사들도 적지 않다. 최근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 록하트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역임한 조엘 캐플런을 부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구글도 행정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왔다. 구글은 지난해 미 국무부에서 정책 기획을 담당하던 재러드 코언을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스로 데려왔다. 이에 앞서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는 구글의 고문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백악관 등 정부 요직 출신 인사들의 실리콘밸리행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어막으로 워싱턴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구글,페이스북,애플 등은 사생활 보호와 독점 등의 다양한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또 부(富)의 지도가 바뀌면서 백악관 인사들의 실리콘밸리행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월가→실리콘밸리로 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것과 이들의 행보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씨티그룹 회장을 지내는 등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월가와 백악관 커넥션이 탄탄하게 구축됐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