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국제에너지기구(IEA)가 23일(현지시간) 6000만배럴의 석유를 전격 방출키로 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IEA는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로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유가 불안이 계속되자 직접 비축유 공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대규모 방출을 결정한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경기둔화 막고 시장 지배력 키우는 ‘두가지 포석’

IEA는 이날 28개국 회원국들이 앞으로 1개월 동안 총 6000만배럴의 석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미국이 절반인 3000만배럴을 시장에 내놓고,한국도 347만배럴을 공급한다.IEA는 향후 30일간 하루 200만배럴씩 순차적으로 비축유를 시장에 풀 방침이다.IEA의 발표 직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5달러 이상 급락해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90달러선이 무너지는 등 갑작스런 공급확대 소식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마켓워치는 IEA가 전격적으로 비축 석유를 방출키로 한 것은 고유가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를 막고,원유 시장에서 IEA의 통제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증산 합의에 실패하자 역공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로이터통신도 “OPEC의 증산 합의 무산 이후 IEA는 최대 수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생산을 늘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며 “갑작스런 방출로 트레이더들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시장 혼란 부추길 우려도

하지만 예상외의 원유 방출 결정에 일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크레디아그리콜은행의 크리스토퍼 배렛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미 원유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 증가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6000만배럴을 푸는 것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서밋에너지의 맷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부터 원유시장의 수급이 빠듯해질 것으로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며 “서부텍사스원유의 가격을 두자릿수로 확실히 끌어내리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금융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경고하고,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기가 예상외로 부진하다고 언급한 직후 IEA의 공급 결정이 내려져 시장이 더 놀랐다”며 “IEA가 어떤 논리로 비축유 공급을 결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리서치 회사 SEER의 마이클 린치 회장도 “공급량 증가로 단기적으로 원유 가격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IEA의 공급 결정이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뉴욕에 있는 에너지경영연구원(EMI)의 도미니크 치리첼라는 “IEA는 원유 비축량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과잉공급이 더 위험하다”며 “공급 증가로 투자자들이 일시에 매도세로 돌아서면 국제유가는 조만간 배럴당 80달러선까지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그는 “미 경제에 대한 버냉키 의장의 부정적 발언,중국 생산지표 부진,그리스 재정위기 등으로 원유수요가 부진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