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술을 가진 제품들을 만들었지만, 단지 테크놀로지 회사는 아니다. 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것은 기술과 (문학, 철학, 언어, 역사, 수학, 과학 등)인문학의 결합이다"

지난해 6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3월 아이패드2를 공개할 때에도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사람이 합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또 종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대형 화면에 커다란 거리 이미지를 띄워놓고 '기술'과 '인문학' 교차하는 이정표를 보여주곤 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IT 전문사이트 9TO5MAC'은 잡스가 어떻게 '기술과 인문학의 조화'라는 철학을 갖게 됐는지에 대해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워즈니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워즈니악은 최근 캐나다의 한 대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오래 전 한 음악가가 자신과 잡스에게 "어떻게 기술을 사람답게 만드는지를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느 날 한 클래식 음악가가 잡스 부모의 집 차고에 있던 우리들을 찾아와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들 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속에 사람을 위해 자연스럽고 분명하며 쓰기 쉽도록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놓치 않고 기술을 놓는다면 기술이 주인이 되고 사람은 노예가 되고 만다고 가르쳤다"고 워즈니악은 덧붙였다.

워즈니악은 "우리는 사람이 주인이 되길 바라지 노예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사람이 우주의 중심인 것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아이튠즈, 아이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내놓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 즉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과거의 이같은 경험이 뒷받침 됐다는 얘기다.

9TO5MAC은 잡스가 실제로 이런 철학을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종 제품 광고를 비롯해 "Think Different"라는 캠페인을 통해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