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양용은(39 · 사진)의 숨은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양용은은 내달 1~3일 경남 김해 정산CC에서 열리는 '밀리언야드컵 한 · 일전'에 출전하기 위해 24일 귀국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한푼의 출전료도 받지 않고 흔쾌히 출전하기로 했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대회 챔피언인 양용은은 해외 대회에 출전할 때 세계 톱랭커에 준하는 수억원의 출전료를 별도로 받는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상금까지 전액 일본 쓰나미 피해지역에 기부키로 해 양용은이 이번 한국행에서 받는 돈은 전혀 없다.

양용은은 2009년 한 · 일전이 부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정이 맞으면 출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대회 일정이 미국 PGA투어 플레이오프인 페덱스컵 시리즈와 겹치면서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대회 주최 측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몹시 미안해했고 올해 메이저대회나 플레이오프 등 주요 투어 일정과 겹치지 않으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돈으로 움직이는 프로가 '무일푼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주 열리는 트래블러스챔피언십과 다음주 AT&T내셔널에서 상금을 벌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금전적인 손실은 더 커진다. 특히 브리티시오픈 직전에 열리는 '스코티시오픈' 불참은 너무나 아쉽다. 이 대회는 브리티시오픈 전초전으로 톱랭커들이 코스 적응 차원에서 대거 참여하기 때문이다.

양용은은 1997년 프로로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에 용인에서 우연히 한 할머니를 만났다. 지나가는 말로 "식사 하셨어요?"라고 인사했는데 할머니의 사정이 매우 어려워보였다. 양용은은 당시 투어 경비도 대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으나 20만원을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매달 돈을 보내줬고 지금까지 돈을 부쳐주고 있다.

양용은은 자선을 하면서도 이를 공개하거나 거의 생색을 내지 않는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1년 넘게 메인스폰서가 없었던 그는 비워두느니 좋은 일을 하겠다며 'KOTRA' 로고를 모자 정면에 새겨 넣었다. 양용은의 선행에 감격한 조환익 당시 KOTRA 사장은 골프대회에 참석해 직접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인 박삼구 KPGA 회장이 양용은의 가족에게 일등석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자 자발적으로 모자 옆면에 아시아나항공 로고를 새겨 달고 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아시아나에서 몇몇 선수에게 항공권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자에 로고를 달아준 경우는 양용은이 처음이었다.

양용은의 한 · 일전 출전 덕분에 스폰서 문제로 애를 먹던 KPGA는 그의 후원사인 국민은행의 지원 사격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