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이른바 힘센 기관들이 과징금이나 세금을 자의적으로 과도하게 물리는 행태가 좀체 시정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어차피 기업이 소송을 걸 테니 일단 과징금을 세게 때리고 보자는 식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취소소송의 3건 중 1건꼴로 패소 또는 일부 패소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되돌려준 과징금이 해마다 1000억~2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도 최근 5년간 과도하게 부과한 세금이 자체 파악한 것만 5000억원에 달하고,세금불복 소송 패소율은 10%를 넘는다. 이와 별도로 납세자 구제관련 각종 위원회에서 처리한 억울한 세금은 해마다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실정이다.

공정위와 국세청은 경쟁촉진과 세금징수를 담당하는 권력기관이다. 국민과 기업에는 서슬 퍼런 경제검찰이기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일단 물린 다음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민과 기업의 재산권을 말 그대로 자의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국회가 무리한 과징금 부과와 환급을 되풀이하는 행태를 시정토록 근 10년을 요구해왔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의 권위주의적인 행정이다. 최근 행정법원이 국세청의 종합부동산세 세액 산출이 잘못됐다고 판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무원들이야 행정소송이 걸리더라도 일상 업무로 대응하면 그뿐이다. 소송비용도 모두 혈세로 충당하고 재판은 언제 끝나도 무방하다.

하지만 억울한 당사자들은 막대한 시간과 고통에다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기업,조세범 등의 낙인이 찍히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다. 게다가 부과된 과징금 · 세금을 먼저 내야만 이의신청이든 소송이든 할 수 있다. 설사 당사자가 승소해도 잘못 부과된 금액을 환급받는 것 외에는 기본권 침해와 재산상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하지만 공정위와 국세청의 업무계획을 보면 더 규제하고 더 걷겠다는 내용만 가득할 뿐 억울한 기업과 납세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다.

국세청은 최근 세금을 잘못 부과한 직원을 조사분야에서 빼고 징계하겠다고 규정을 고쳤다. 하지만 세금불복의 90%를 원인불명으로 처리하면서 책임을 비켜간다. 감사원 감사 등을 의식하는 공무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지르고 보자는 행태는 곤란하다. 국민의 재산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이라도 국가가 물어주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