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만 받아도 해임…각 법무팀 비상대응 돌입

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12개 증권사의 전ㆍ현직 사장을 기소하면서 해당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당사자들이 해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증권사 사장들이 횡령이나 배임 등 범죄가 아닌 단순히 업무상 문제로 한꺼번에 불명예 퇴진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각 증권사 법무팀들은 비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기관 임직원 처벌을 규정한 법 조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24조 3호다.

이 조항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자본시장법,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관련 법령 또는 외국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현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불법거래에 동원된 ELW 전용선이 외국에서는 이미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점 등을 들어 무죄 판결을 받아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 법무팀끼리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검찰 수사 이후 금융감독 당국이 내놓은 ELW 건전화 방안에 전용선 제공과 주문시스템 탑재 등 편의제공 항목이 포함된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가 전용선을 허용한 만큼 큰 틀에서 보면 ELW 거래 관행이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가 된 증권사들은 1심과 항소심이 유죄를 선고한다면 대법원까지 상소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확정 판결까지 통상 1∼2년이 걸리고 그렇게 되면 대부분 사장의 임기가 자연스럽게 끝난다는 점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기소된 12명 중 11명은 현직이고 유진투자증권만 전직이다.

임기는 최대 3년 남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 사장이 올해 9월, 대신증권과 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LIG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사장은 2012년에 임기가 끝난다.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은 2013년까지다.

삼성증권 사장은 가장 긴 2014년까지 일한다.

1,2심에서 패소하더라도 상고한다면 삼성증권을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 사장이 임기까지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한다면 엄청난 파문이 생길 수 있다.

당사자들이 증권업계를 완전히 떠나야 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통법을 보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형 집행 종료나 면제 5년 전까지는 금융투자업계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장들이 연임하거나 퇴임 후 다른 증권사로 옮기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 판결 전망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금감원은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와 증권사의 부당거래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영자 개인이 목표가 아니어서 유죄 판결에 따른 무더기 해임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12개 증권사 전ㆍ현직 대표를 모두 기소한 검찰의 초강수를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특히 증권사 사장들이 ELW 전용선 제공 때 서명한 데다 일부는 스캘퍼 영업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선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장들을 줄소환할 때까지만 해도 12명 전원을 기소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ELW 거래 관행이 위법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

벌금형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검찰에서 자료를 받아 해당 증권사의 검사를 검토하고 있어 형사처벌과 별도로 금융감독 당국 차원의 징계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