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 살인 후안 아르테아가는 스페인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멕시코시티에서 5년째 살고 있다. 아르테아가는 "대학 졸업 후 학술지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웨이터를 전전하다 멕시코로 옮겼다"며 "돈 한푼 없이 건너갔지만 지금은 컨설팅회사 '요렌테 이 쿠엥카'에서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를 컨설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경제가 불안해지자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 고학력 노동자들이 비교적 경기가 좋은 중남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스페인 일간지 엘파스가 26일 보도했다. 스페인의 올 1분기 실업률은 21.3%에 달했다.

높은 경제성장으로 양질의 인력이 필요한 중남미 국가들은 스페인 사람들의 입국을 환영하고 있다. 포르투갈어가 공용어인 브라질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스페인 근로자들의 이민을 부채질하고 있다. 엘파스는 고학력 이민자들의 평균 연령은 30세로 가족이 없는 싱글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엘파스는 미국에 지사를 두려던 스페인 회사들이 중남미를 방문한 뒤 이곳에 지사를 차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서비스의 하비에르 로페스 사장은 최근 "크레디트서비스의 주요 사업부문이 금융위기 이후 브라질로 옮겨 갔다"며 "5년 전 스페인에서 하던 것처럼 지금 중남미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에 있는 중남미 국가들의 영사관도 분주해졌다. 마드리드에 있는 콜롬비아 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한 사람은 2008년에 한 달 평균 45명이었지만 올 들어선 70명 이상으로 늘었다. 루시 오소르노 영사는 "외국 기업에 대해 콜롬비아인 고용의무를 없앴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