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연구 환경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경제신문 스트롱코리아팀은 교토대와 서울대 대학원생의 1주일 일과를 서로 비교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석·박사들은 연구에만 매진하고,서울대 석·박사들은 '잡일'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교토대 유학생인 강동현 씨(26·전자공학과 석사 2년차)는 월요일을 연구실 발표로 시작한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현재 진행 상황과 향후 연구 방향을 교수 등 40여명의 연구실 멤버 앞에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수요일엔 강씨만의 광학측정테이블을 꾸몄다.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장비만 1억원이 넘는다. 앞으로 더 들어갈 비용이 많아서 걱정을 내비쳤더니 담당 교수가 "얼마든지 사라"고 한다. 돈을 쓴 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배들에게 어려움을 얘기했더니 "그건 한국인다운 생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씨는 "개인 연구 외에 담당 교수를 위해 하는 일은 매주 금요일에 단체로 연구실 청소를 하는 것 외엔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A씨(28·석사 2년차)의 일과는 프로젝트 관련 잡일로 시작된다. 교수가 프로젝트를 따내도록 보고서,제안서를 써야 한다.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면 연구실 비용이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꽤 심하다. A씨는 "기업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프로젝트는 내용도 순수한 연구와는 거리가 멀다"며 "해당 업체에 불려다닐 일이 많다보니 용돈 벌이를 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연구실 돈 관리도 하고 있다. 이를 따로 처리할 비서가 없기 때문이다. 교수가 세미나 하러 갈 때마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것도 석사의 몫이다. 박사 과정은 담당 교수 수업 준비에 학부생 연구 지도까지 쉴 틈이 없다.

프로젝트 중심의 연구 풍토에 대해 교토대 출신의 지민영 파라마푸드인터내셔널 부장은 "예전에 서울대와 공동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속칭 품앗이라고 하는 분업구조를 보고 놀랐다"며 "일본에선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연구자가 전체 과정을 컨트롤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