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민주노총이 확실히 한 방 먹인 겁니다. "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청문회에 출석시키기로 한 데 대해 26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달 11일 민주노총 조합원 500여명이 해고 노동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부산 영도조선소의 담장을 넘었을 때부터 한진중공업 노사 문제는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됐다"며 씁쓸해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와 조 회장 간에 펼쳐지고 있는 진실 공방이 그것이다. 국회는 조 회장을 향해 "출석하겠다고 해놓고 불참했다"며 괘씸죄를 적용할 태세다.

평생 억울한 일을 별로 안 당해봤을 법한 대기업 회장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 출장 중에 불러 놓고는 도피성 출장이라고 우긴다"는 항변이다.

대기업 '오너' 회장의 '억울한 사연'은 지난 22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시작됐다. 환노위는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날 조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는데,그가 이를 묵살하고 참석치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29일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기업문화팀장은 "국회 환노위 행정실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은 시점은 20일 오전이었다"며 "조 회장은 17일에 이미 7월2일 귀국 일정으로 출국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도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 회장 쪽에 환노위의 결정 사항을 16일에 전달했다고 알려진 이범관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는 "나는 메신저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동이 한창 벌어지던 지난 24일 한진중공업 노사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민주노총의 '월담' 사건으로 서로의 감정이 상한 터라 2주일이 지나서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26일에도 마라톤 협상을 했지만 난관이 많다고 한다. 노측은 정리해고된 직원의 전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고,사측은 합법적인 구조조정임을 내세워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노조는 29일 조 회장 청문회까지 기다리며 경영진을 압박할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한진중공업 노사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공(功)'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