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OLED기업까지 한국行…日 "핵심기술 다 빼앗긴다"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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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 7월 평택에 해외 첫 R&D 거점 신설…스미토모화학, 터치패널 공장 삼성과 합작
액정 패널보다 고화상이면서도 소비전력이 적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속속 한국으로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을 옮기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 리스크 회피를 위한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행렬 중 하나다.
액정TV 등에 쓰이는 박막형 패널 제조설비 분야에서 세계 최대기업인 일본의 알박은 7월에 해외 첫 연구개발 거점인 '초재료연구소'를 한국 평택에 신설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연구거점에는 반도체 분야 등의 기술자 20여명을 두고 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쿄일렉트론은 경기도 화성시에 50억엔(675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 거점을 건설하기로 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그룹과 스마트폰용 터치패널 공장을 한국에 지을 예정이다. 내년 초 가동 예정이며 투자액은 약 190억엔이다. 우베코산(宇部興産)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내열성이 높은 수지재료를 생산하기로 하고, 합작회사를 오는 8월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유리 기판을 수지로 바꿔 휘고 접을 수 있는 패널을 실용화할 예정이다.
일본 산업계는 OLED의 패널 생산이 일본에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설비와 소재 등의 핵심 기술이 한국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메모리와 액정 패널 등 디지털 가전의 핵심 부품은 일본 기업이 개발을 주도했으나 보급 단계에서 한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기는 패턴이 되풀이 돼 왔다. 일본의 가전 대기업인 파나소닉과 소니 등도 OLED의 개발을 진전시키고 있지만 양산화에서 한국에 뒤져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에 투자하는 일본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은 200억엔(26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스마트폰용 터치패널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본격 생산할 터치패널은 전량 삼성전자에 납품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용 터치패널 시장에 진출하면서 첫 공장을 일본이 아닌 한국에 짓기로 했다.
일본 화학업체인 닛폰소다(日本曹達)와 미쓰비시상사는 한국의 남해화학과 공동으로 여수산업단지에 총 430억원을 투자해 방제제 원료인 톱신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투자지역으로 인도 중국 한국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한국을 선택했다.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업들도 한국으로 데이터센터를 옮기는 등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재일교포 출신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일본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한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가 데이터센터를 옮긴다는 것은 이 회사의 모든 전산 자료를 한국에 보관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세계적 규모의 해외 기업이 중요 자산인 전산 자료를 한국 기업에 일괄 보관한 경우는 없었다.
한국 이외에도 해외로 나가려는 일본 기업은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과 원자재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부품을 다른 나라에서 아웃소싱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 등에 들어가는 광학 부품을 생산하는 호리오세이사쿠쇼의 호리오 마사히코 사장은 "당장 이전할 계획은 없지만 전력과 부품 부족 상황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해외 이전이나 아웃소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