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가곡면 여의곡리 한드미마을은 시골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동네를 감싸안은 듯한 아담하고 봉긋한 모양의 산이 마을을 정겹게 둘러싸고 있다. 동네 어귀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어머니 품처럼 푸근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곳을 가로질러 흐르는 깨끗하고 맑은 냇물은 남한강의 발원지인 하일천이다. 1급수에만 산다는 산천어가 뛰노는 시원한 계곡물을 가로질러 얼기설기 엮어 만든 나무 구름다리가 시골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정겨운 풍경을 연출한다.

마을을 따라 구불구불 유연한 곡선을 그어가며 쌓아 올린 돌담길과 그 위로 낀 이끼와 담쟁이넝쿨도 볼거리다. 잘 가꿔진 오래된 조경수와 사이사이에 늘어선 채송화 맨드라미 애기똥풀 금낭화 등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세파에 지친 도시민들의 근심걱정을 훌훌 털어내 주기에 충분하다.

한드미는 40여가구 70여명이 모여사는 조용한 작은 마을이지만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장려상과 우수상을 잇달아 수상할 정도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대기업 사원들과 대학생을 비롯 시골 정취를 마음껏 즐기려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산자락에 조용히 파묻혀 있던 이 마을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거듭나게 된 것은 마을 대표인 정문찬 씨(51)의 노력 덕분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마을로 귀촌한 정씨는 '농촌을 가장 농촌답게 만드는 게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마을을 옛 모습으로 복원했다. 벽돌담을 돌담으로 바꾸고 생태화장실을 만드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여 도시민들이 찾는 산촌마을로 일궈냈다.

이 곳에는 체험객들이 하룻밤을 묵으면서 밤 하늘에 촘촘히 박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을 감상하며 캠프파이어까지 즐길 수 있는 산촌문화관이 있다. 또 몇 개의 방갈로와 전통가옥들이 갖춰져 있어 누구나 시골에서의 하룻밤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나무다리를 지나 산 쪽으로 20여m 가면 고생대 초기에 형성된 석회암동굴인 한드미동굴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경북 풍기까지 연결돼 있어 양쪽 주민들이 장터를 오고갔다는 전설을 간직한 이 동굴은 영화 '빨치산',TV드라마 '대망',다큐멘터리 '황금박쥐를 찾아서' 등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굴속에선 여러 가지 종류의 박쥐는 물론 훼손되지 않은 천연동굴의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어 어린이 체험교육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소백산 주봉인 비로봉과 북쪽의 국망봉,신선봉에서 발원한 세 줄기 물길이 한데 모인 이 마을 계곡에는 아직까지 공동빨래터가 남아있다. 계곡 한 켠에는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야영장이 마련돼 있다. 뗏목을 타고 시원한 개울가를 떠내려가는 신나는 체험도 즐길거리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시골집들을 복원한 전통체험관이 있다. 숙박시설도 함께 갖춘 이 곳에서는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고,떡과 두부를 만들어 먹으며 평상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한여름 밤의 추억을 소록소록 쌓을 수 있다.

다른 농촌체험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마을만의 독특한 체험거리는 단연 '삼굿구이'다. '삼굿'은 본래 삼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삼을 찌는 구덩이나 솥을 말한다. 여기에서 착안한 '삼굿구이'는 구덩이에서 돌을 뜨겁게 달군 뒤 물을 부어 뜨거운 수증기로 음식물을 익혀먹는 방식이다.

여름에는 쑥,겨울에는 솔잎을 깔고 그 위에 감자 토종닭 돼지고기 계란 단호박 등 음식들을 얹는다. 음식물에 흙이 묻지 않도록 헝겊을 덮은 뒤 다시 쑥을 깔고 나무판 등으로 꼼꼼히 막은 다음 훈증방식으로 음식을 익혀낸다. 재료의 고유한 맛이 그대로 살아나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이때 동네 어른들이 다 익은 계란은 식히기 위해 차가운 계곡물로 던져주는데 아이들이 이것을 건져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 밖에 이 마을에서는 고로쇠 수액 및 산나물 채취,고기잡이,개암과 도토리 줍기,목공예품 만들기 등 체험거리가 계절따라 이뤄진다.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호법인터체인지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다음 40여 분을 달리면 북원주IC가 나온다. 이 곳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해 북단양IC까지는 1시간30분 소요된다. 톨게이트에서 단양방향으로 우회전한 뒤 매포를 지나 성신양회 후문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을 해 덕천교와 이평삼거리,어의곡리 새밭계곡을 차례로 지나면 한드미마을에 이른다. 서울에서 이 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30분이다. (043)422-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