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다고 해서 그 광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한국CM전략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SK텔레콤 T의 '원빈 윗몸 일으키기' 편이 지난 3월 광고 호감도 조사에서 정보통신 업종 분야에서 1위에 올랐고,전체 광고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광고의 효과지수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광고 내용만 보면 단순한 구조인데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되었을까.

광고가 시작되면 헬스장에서 예쁜 여성 트레이너 앞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원빈이 등장한다. 친숙한 장면이다. 지난 1월 종영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의 윗몸 일으키기 고백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순간부터 소비자들은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을 터.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신예 김민지가 여성 트레이너로 등장해 발목을 붙잡아줄 때 윗몸 일으키기를 천천히 하던 원빈은 근육질의 남성 트레이너가 발목을 잡아주자 속력을 두 배로 낸다. 즉 특별히 별 볼일이 없다는 뜻.

이 광고의 핵심 메시지는 SK텔레콤 T가 무선 인터넷을 2배로 빠르게 해준다는 펨토셀 효과다. 이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여성 트레이너가 나오는 장면에는 '×1'이라는 표시를,남자 트레이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2'라는 표시를 하고 있다. "무선 인터넷을 2배 빠르게"라는 카피와 함께 '두 배 빠른 이 녀석이 바로 T의 신기술'이라는 카피를 영상의 흐름에 맞게 절묘하게 배치했다. 지난해에 이어 '콸콸콸~'이라는 같은 슬로건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와이파이가 빠르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꼭 전달해야 할 주요 메시지만을 간명하게 전달했다.

이 광고는 효과지수도 높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여러 블로그를 보면 이 광고를 퍼가거나 다시 패러디한 UCC 동영상을 올린 경우도 많다. 광고 전문 사이트를 검색해 봐도 수많은 댓글이 달려있다. 이 광고가 이렇게 호평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이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내면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광고의 첫 장면이 드라마의 명장면을 연상시킨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굳이 패러디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광고가 드라마를 패러디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둘째,빅 모델과 신인 모델이 광고에서 절묘하게 만났기 때문이다. 영화 '아저씨' 이후 원빈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갔다. 사람들은 그를 인간이 아니라 조각품이라고까지 했다. 여기에 신예 김민지가 호흡을 잘 맞췄다. 그녀는 그냥 신예가 아니라 KBS2 '뮤직뱅크'의 MC를 맡고 있는 신인배우이자 TV광고 여러 편에 출연했던 무서운 신예다. 중견과 신예가 이 광고에서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셋째,광고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간명하게 대비시켰기 때문이다. 두 배 빠르다는 사실을 단순히 카피 메시지만으로 전달하지 않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속도를 앞뒤로 비교해 보여주면서 무선 인터넷이 빠르다는 T의 소비자 혜택을 제시했다. '백언(百言)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니까. 간명한 대비는 그만큼 더 이 광고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광고는 대체로 이상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어지는 후속 광고들도 재미있다. 앞으로도 광고 제작자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기대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