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급 인지도 '하이마트'냐?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기업인 'KAI'냐? 상반기 공모주 '대어'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최종 공모주 청약경쟁률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흥행에 성공하면서 성공적인 증시 데뷔를 기대케 한 반면 하이마트는 청약경쟁률이 부진해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AI는 지난 24일 공모주 청약 최종 경쟁률이 48.95대 1로 집계됐다. 지난 23~24일 진행된 KAI의 공모주 청약에는 일반 투자자 배정물량 732만2777주에 대해 총 3억5842만4170주의 청약이 이뤄졌다. 청약증거금은 총 2조7158억원이 몰려 올해 상장기업 중 청약증거금 기준으로 3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런 흥행 성공은 이미 기관의 수요 예측에서도 예견됐다. 지난 16~17일 진행된 KAI의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최종 51.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KAI의 수요예측에는 외국계 기관 55개 포함 국내외 총 222개 기관이 참여했다. 특히 수요예측 참여 기관에는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 6개 기관도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KAI는 최종 공모가를 밴드(1만4000원~1만6000원) 상단보다 500원 낮은 1만5500원으로 책정했다.

회사 측은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 초기 자리매김을 위해 높은 기관의 참여에도 공모가를 밴드 상단보다 낮게 결정했다"면서 "다양한 투자 주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 시장이 불안한 상황인 만큼 상장 이후 주가를 고려해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는 것.

반면 하이마트는 지난 21~22일 이틀 간 진행된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이 2.6대1로 집계되면서 높은 기업의 인지도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다. 일반 투자자배정물량 142만여주에 중에서 369만여주만 신청된 것.

이런 흥행 부진은 기관의 수요 예측서부터 예고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2.98 대 1에 그친 것이다. 기관에 배정된 426만8622주에 1271만6643주 신청이 들어왔다.

하이마트의 흥행 부진에는 비슷한 시기에 상장 일정이 진행된 KAI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기관의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이 하루 차이에 두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KAI의 기관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은 하이마트보다 하루씩 늦게 진행됐다.

또 하이마트의 동종 기업이 없어 공모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국내 멀티 브랜드 전자유통업체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정도이나 전자랜드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적정한 밸류에이션에 대한 판단이 유보됐다는 지적이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등 유통 3사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로 채널 확장이 가능하고 매각 가능한 자산이 많은 기업들"이라며 "이들과 하이마트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약 9배~13배, 하이마트의 공모가 5만9000원은 PER 약 12배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AI가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공모가가 밴드 상단보다 500원 낮은 가격에 결정됐다"면서도 "KAI가 T-50 고등 훈련기를 개발하는데만 2조원 이상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현재 결정된 공모가 수준인 시총 1조5000억원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상장 직후 주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KAI의 경우 오버행(물량부담) 이슈가 주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우리사주(공모)를 제외한 상장 후 주식 중 65.7% 정도가 매물로 나올 수 있어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요 주주인 삼성테크윈, 현대자동차, 디아이피홀딩스, 오딘홀딩스 모두 구주 매출에 참여한 것으로 보아 장내 매각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높은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단기간 KAI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으나 오버행 이슈로 인해 주가는 다시 공모가 수준으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마트의 경우에는 공모가가 밴드 하단에서 결정된 만큼 상장 이후 오히려 긍정적 주가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회사 측은 "하이마트는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로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34.9%로 1위를 기록했다"며 "공모가를 밴드 하단으로 정해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좋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량 구매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제품을 싸게 공급받아 영업이익률이 7%대를 기록하고 있고, 스마트 기기 등 새로운 전자제품들에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주당 가격 5만9000원은 싸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공모가는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최근 소매업종의 추이가 할인점 보다는 백화점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백화점과 할인점의 중간재적인 성격을 가진 하이마트에 대해 시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와 KAI는 각각 오는 29일,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