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녀 프로골프투어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점령당한 뒤 인기가 급락했던 LPGA투어에 이어 PGA투어마저 추락하고 있다.

◆유럽 선수들 PGA투어 접수

이번 주 유럽 선수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BMW인터내셔널오픈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에 열린 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는 유럽 선수가 6명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승컵은 유럽 선수인 프레드릭 야콥슨(스웨덴)이 차지했다.

야콥슨은 26일(한국시간) 미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리버하이랜즈골프장(파70)에서 막을 내린 대회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공동 2위 라이언 무어,존 롤린스(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108만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한 시즌에 7~8승을 올리던 타이거 우즈가 자취를 감춘 이후 미국 선수의 우승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달까지 열린 '메이저급' 5개 대회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는 월드골프챔피언십 캐딜락챔피언십의 닉 워트니가 유일했다. 월드골프챔피언십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마스터스는 찰 슈워젤(남아공),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최경주(한국),US오픈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각각 우승했다.

시청률도 급락하고 있다. US오픈에서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한 매킬로이는 '월드 스타'로 부상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TV 시청률은 닐슨미디어 수치로 역대 최저인 4.5%에 그쳤다. 우즈가 우승할 당시의 절반에 불과했다.

PGA투어의 인기 추락은 내년 TV 중계권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투어 측은 CBS,NBC와 다음달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지만 방송사는 우즈의 복귀를 본 다음에 결정하겠다고 미루고 있다. 우즈의 부상이 심각할 경우 중계권료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PGA투어는 고육지책으로 남미 시장을 넘보고 있다. 히스패닉계(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이민자)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LPGA는 아시아 시장 의존도 커져

LPGA투어는 아시아 선수들의 독무대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선수만 해도 40여명이 넘어 미국 투어인지 한국 투어인지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청야니(대만)가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에서 최연소 메이저 4승을 달성하며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뒤를 이은 첫 아시아 선수 지존으로 등극하면서 LPGA의 아시아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LPGA투어는 인기 추락을 막기 위해 인지도와 미모가 뛰어난 폴라 크리머,미셸 위,크리스티 커 등 미국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스폰서 등은 아시아에서 구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 24개 공식 대회 중 4분의 1인 7개 대회가 태국(혼다타일랜드),싱가포르(HSBC챔피언스),중국(임페리얼 스프링스),한국(하나은행챔피언십),말레이시아(심다비말레이시아),대만(썬라이즈타이완챔피언십),일본(미즈노클래식) 등 아시아에서 열린다. 미국에서 열리는 기아클래식의 스폰서도 한국 기업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