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FTA는 대외 악재로 위축된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와 교역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역 상대방이 있는 만큼 업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최대 수혜주로는 유럽으로의 수출 증대가 기대되는 자동차 부품 및 2차전지 관련주들이 꼽힌다. 유럽산 중저가 의류 수입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싼 값에 질 좋은 의류를 구입할 수 있겠지만 국내 의류주 등은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 운송주 수혜

우선 현대모비스 만도 등 자동차부품주의 수혜가 전망된다. 2.7~14%에 이르는 관련 관세가 철폐되면서 BMW 볼보 등 유럽 소재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부품 수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TA로 유럽 자동차의 국내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부품주에는 호재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간 거리 유지장비(SPAS),사각지역 정보시스템(BLIS) 등을 장착한 유럽산 자동차가 수입되면서 이와 경쟁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관련 부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LG화학 등 2차전지 관련주도 관세(4.7%)가 줄어드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동공구용 2차전지의 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용 2차전지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CD(액정표시장치)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생산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인도 중국 등과 경쟁하고 있는 포스코 등 철강사도 관세 철폐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역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음식료 등 내수주에는 악영향

수출보다 국내 시장 비중이 높은 내수주에는 악재다. 특히 하이트맥주진로 등 주류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포도주(즉시) 위스키(3년 내) 보드카(5년 내) 맥주(7년 내)의 순으로 관세가 철폐되면서 품질 경쟁력이 높은 유럽 주류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간장 마요네즈 케첩 등 소스류에 대한 관세도 5년 내 철폐될 예정이라 CJ제일제당 오뚜기 등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정밀화학제품에서 국내 업체의 타격이 예상된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범용 화학제품은 중동지역 생산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혜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