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사는 로저 피에로(26)는 4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 그는 피어슨출판사에서 번역 일을 하며, 복고풍 물건을 파는 온라인 가게의 마케팅도 해주고 있다. 피에로는 장난감 제조사의 온라인 쇼핑몰 운영도 도와주고 있고, TV 리얼리티쇼 제작사에 아이디어도 제공한다. 그는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일한다.

미국에서 파트 타임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일자리 곡예사(job juggler)'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며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모린 매카티(23 · 여)는 뉴게이닷넷이라는 동성애자 관련 이슈 블로그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세전 연봉은 2만5000달러(2700만원)인데 이 돈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밤마다 베이비시터로 뛰고 있다. 일이 많을 때는 1주일에 5일을 베이비시터로 근무한다. 매카티는 "베이비시터로 1년에 5000달러를 더 벌기 때문에 한 달 총수입은 2500달러 정도"라며 "아파트 월세가 700달러인데 돈을 아끼려고 두 명의 룸메이트와 방을 같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곡예사가 늘어난 이유는 정규직을 갖기가 힘들어졌고, 한 직장의 월급만으로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 평균 연봉은 지난해 2만7000달러였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6~2008년과 비교했을 때 3000달러가 감소한 것이다. NYT는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살기에 2만7000달러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