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ㆍ과장 표시광고 결론..과징금 고작 1억5천500만원
"프리미엄제품 통한 가격편법인상 억제의지 실종"

"결국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마리뿐이었다는 뜻. 예고만 떠들썩하고 실제 그 결과는 보잘것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농심의 `신라면블랙'에 대해 허위ㆍ과장 표시 및 광고 혐의로 조사를 벌여온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27일 신라면블랙에 대해 포장지에 허위ㆍ과장 표시를 하고 이를 광고해왔다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5천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공정위의 제재수위가 당초 공정위가 내비쳐왔던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신라면블랙이 그동안 세인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공정위가 리뉴얼 또는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통해 편법적으로 제품가격을 올리는 것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해온 뒤 첫번째 조사이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을 올해 최대목표로 제시해온 공정위는 업계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각종 편법ㆍ탈법을 동원한 가격인상이 잇따르자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엄단할 것임을 수시로 피력해왔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신라면블랙뿐 아니라 현재 소비자단체에 위탁해 소금, 우유ㆍ발효유, 소시지, 분유, 주스 등 5개 식품과 워킹화, 스포츠의류, 태블릿 PC 등 3개 공산품, 변액보험 등 9개 품목에 대해서도 가격 및 품질을 비교 분석 중이다.

따라서 이번 신라면블랙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결과 및 제재수위는 물가안정에 대한 공정위의 의지와 정부가 기업들의 편법적인 가격인상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지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 부각돼 왔던 게 사실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일단 공정위가 신라면블랙에 대해 허위·과장 표시광고를 했다고 결정한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프리미엄제품을 내세운 업계의 위법행위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재수위에 대해선 불만이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들은 농심이 신라면블랙을 출시한 뒤 두달여동안 허위ㆍ과장 광고와 판촉활동을 통해 16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음에도 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 `생색내기 조사'라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현행법상 과징금을 매출액의 2%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0.9%만 적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현행법에 과징금 부과기준을 매출액의 2% 이내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면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기준에 따라 점수를 산정하면 0.8~1.0%까지 부과할 수 있어 중간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조차도 최고부과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음을 시인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과연 공정위가 업계의 편법적인 가격인상에 대해 강력 대처할 의지가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뿐만아니라 공정위 결정대로라면 농심은 허위ㆍ과장 표시광고에 대해 시정을 하고 과징금만 내면 된다.

농심으로선 그동안 부당하게 매출을 올린 것을 환원할 필요도 없고 가격을 내릴 필요도 없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표시광고법만 적용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라면블랙에 대해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광고해온 농심이 이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서도 그런 표시를 하고 광고를 해왔다면 명백히 사기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당초 편법적인 가격인상에 엄중대응하겠다는 공정위의 방침에 바짝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던 업계에선 이번 결정을 보고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공정위 발표에 대해 농심은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으며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신라면블랙은 나름대로 정직하게 만든 제품으로, 향후 세계적인 제품으로 적극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 대한 사과나 가격인하 약속 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