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7일 청와대 회담 후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핵심의제인 대학 등록금 인하,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에 대해 이견만 확인했다. 2시간5분가량의 회담 결과를 합의문이 아니라 발표문 형태로 내놓은 것은 양측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지난 정부 땐 반값 등록금 말 없어"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 병행이라는 원론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인하 시기와 폭,방법에 대해선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손 대표는 당장 내년부터 모든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야당 일부의 사정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성숙하게 가야 한다.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또 "지난 정부 때 대학등록금이 50% 이상 올랐다"며 "그 때는 반값 말이 하나도 안 나오다가 내가 들어와서 3년 동안 평균 3% 정도 올랐는데 지금 반값 등록금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재정지원을 하고,등록금을 줄여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한 · 미 FTA도 평행선이었다. 이 대통령이 "당내 사정이 있지만 손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국가 장래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 대표는 "정부가 국회에 재협상해 제출한 비준안은 양국 간 이익 균형이 크게 상실돼 재재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입장차만 확인했다. 손 대표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위한 추경 편성 필요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이 안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저축은행 완벽하게 조사"

회담의 '6대 의제'가운데 성과를 거둔 대목은 가계 부채 경감을 위해 정부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한다는 정도였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이미 발생한 부실 문제에 대해 향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가 성역없이 철저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저축은행 문제가 완벽하게 조사돼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와 청와대,한나라당은 27일 밤 늦게 총리공관에서 '당 · 정 · 청 회의'를 열고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문제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대학 구조조정에 필요한 입법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영식/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