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참여 CJ "손해배상 청구"…삼성 "계열사 자율 결정"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 CJ그룹은 27일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후 5시 본입찰 마감 직전에야 서류를 접수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대한통운의 새주인을 가리는 것과는 별도로 CJ와 삼성 간 법정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수가격 1조7000억원 달할 듯

롯데가 막판에 빠졌지만 포스코-삼성 컨소시엄과 CJ 간의 대결은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까지 어느 쪽도 안심할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인수 · 합병(M&A)업계의 관전평이다.

업계에선 본입찰 포기까지 검토해온 CJ가 참여하면서 압도적 우세가 예측되는 포스코-삼성 컨소시엄을 제치기 위해 적지 않은 인수가를 제시했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포스코-삼성 컨소시엄 역시 CJ가 공격적 베팅에 나설 경우를 의식해 적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넘어서는 인수가격을 써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포스코-삼성 컨소시엄과 CJ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주당 18만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37.6%)과 기존 전략적투자자(SI)들이 내놓게 될 지분 3~4%를 모두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인수가격은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CJ가 삼성에 밀리지 않으려고 본입찰에 참여,예상을 넘어서는 인수가를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CJ 관계자는 "인수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써냈다"고 말했다.

본입찰 참여 여부를 오랫동안 저울질했던 롯데는 이날 실무자가 관련 서류를 들고 접수처인 노무라증권에 왔다가 정작 본입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막판까지 논의를 하다가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한통운 인수와 함께 광주터미널 등 금호터미널 부지를 손에 넣어 이곳에 대규모 유통업체를 건립하려는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J,삼성과 법정공방 예고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CJ는 "삼성의 의도가 뭐냐"며 반발해 왔다. CJ 인수자문사 역할을 맡아온 삼성증권이 정보를 유출했을 것이란 의혹에서다. 대한통운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와는 상관없이,삼성과 CJ 간 감정싸움과 법정공방이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CJ는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뒤 공식자료를 통해 "대한통운에 대한 인수자문을 제공해 오다 지난 23일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M&A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도덕적인 삼성증권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유 · 무형 손실에 대해 명백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SDS의 지분 투자가 삼성 미래전략실 등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없이 진행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삼성증권이 CJ와 인수자문 계약을 맺은 것과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결정한 것은 계열사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창민/김철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