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하위 20%는 '낙제'…성과보고서에 목맨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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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처 '학기말 고사' 스트레스
6월 말까지 총리실에 제출…부처별 순위 공개
성적표따라 성과급 1000만원 차이…승진도 영향
6월 말까지 총리실에 제출…부처별 순위 공개
성적표따라 성과급 1000만원 차이…승진도 영향
세종로 정부청사의 A부처 사무실.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직원들이 남아 '모의고사' 준비에 한창이다. 이달 말까지 국무총리실에 제출해야 하는 '상반기 주요 사업성과' 보고서를 다듬는 작업을 A부처 공무원들은 이렇게 부른다. 부처 핵심사업 4~5개와 서민생활 · 정책관리역량 · 정책홍보 · 국민만족도 등을 자체평가하는 일이다.
과천청사의 B부처는 요즘 장 · 차관이 주요 국장들을 틈나는 대로 불러 일자리 창출 · 녹색성장 등 정책추진 성과를 '포장'하는 작업을 독려한다.
정부 부처들이 요즘 사업성과보고서 작성에 비상이 걸렸다. 상 · 하반기로 나눠 매년 두 차례 총리실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인사평가는 물론 성과급 지급의 주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대상은 중앙부처와 '청'급 기관 39곳.상위 20%는 '우수' 판정을 받지만 하위 20%는 '미흡'으로 사실상 낙제점수를 받는다. 민간 전문가 200여명이 보고서를 채점,'성적표'를 통보한다.
총리실의 평가는 부서 자체평가와 합산돼 부처별 성과급 산정에 최대 40%까지 반영된다. 최고 · 최저 등급 간 차이는 연봉기준 5급 공무원이 500만원,3급은 700만원,1급은 1000만원까지 벌어진다.
행정안전부의 한 직원은 "답안지(보고서) 제출기한이 다가오면서 관련 부서별로 평가지표 형식에 맞춰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부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부처별로 순위까지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만큼 장 · 차관을 비롯한 고위급 간부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총리실은 '성적표' 작성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점수'가 확정되고 나면 나쁜 성적을 받은 부처의 간부들이 총리실로 찾아와 "이건 더 좋게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 일쑤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아예 부처별로 공식적인 '해명 시간'을 준다. 총리실,부처담당자,전문가들이 참여해 평가결과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때론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채점자'인 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관계자는 "'좀 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부처 직원과는 잘 만나지 않는다"며 "점수를 낮게 받은 부처는 '점수를 이렇게 낮게 줄 수 있느냐'며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고 '운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때문에 부처의 '로비'를 막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전문가 평가단 선발은 극비 사항이다.
심오택 정책분석평가실장은 "우리 평가 결과가 장 · 차관 인사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남윤선/강경민 기자 inklings@hankyung.com
과천청사의 B부처는 요즘 장 · 차관이 주요 국장들을 틈나는 대로 불러 일자리 창출 · 녹색성장 등 정책추진 성과를 '포장'하는 작업을 독려한다.
정부 부처들이 요즘 사업성과보고서 작성에 비상이 걸렸다. 상 · 하반기로 나눠 매년 두 차례 총리실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인사평가는 물론 성과급 지급의 주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대상은 중앙부처와 '청'급 기관 39곳.상위 20%는 '우수' 판정을 받지만 하위 20%는 '미흡'으로 사실상 낙제점수를 받는다. 민간 전문가 200여명이 보고서를 채점,'성적표'를 통보한다.
총리실의 평가는 부서 자체평가와 합산돼 부처별 성과급 산정에 최대 40%까지 반영된다. 최고 · 최저 등급 간 차이는 연봉기준 5급 공무원이 500만원,3급은 700만원,1급은 1000만원까지 벌어진다.
행정안전부의 한 직원은 "답안지(보고서) 제출기한이 다가오면서 관련 부서별로 평가지표 형식에 맞춰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부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부처별로 순위까지 공개적으로 발표되는 만큼 장 · 차관을 비롯한 고위급 간부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총리실은 '성적표' 작성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점수'가 확정되고 나면 나쁜 성적을 받은 부처의 간부들이 총리실로 찾아와 "이건 더 좋게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 일쑤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아예 부처별로 공식적인 '해명 시간'을 준다. 총리실,부처담당자,전문가들이 참여해 평가결과에 대해 격론을 벌인다. "때론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채점자'인 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관계자는 "'좀 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부처 직원과는 잘 만나지 않는다"며 "점수를 낮게 받은 부처는 '점수를 이렇게 낮게 줄 수 있느냐'며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고 '운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때문에 부처의 '로비'를 막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 전문가 평가단 선발은 극비 사항이다.
심오택 정책분석평가실장은 "우리 평가 결과가 장 · 차관 인사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남윤선/강경민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