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힘은 무섭다. 상식을 뛰어넘은 누군가가 대박을 터뜨리면 수많은 이들이 그를 좇는다. 하물며 비슷한 사례가 여럿임에랴.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넘어 마크 저커버그까지 대학 중퇴자들이 IT업계를 주름잡으며 억만장자가 되자 미국에선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명문대 재학생 중 학교를 떠나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20만달러나 드는 졸업장을 따느라 빚만 잔뜩 지고 취업해 고생하느니 일찌감치 창업하자고 나선다는 것이다. 2010년 미국 대졸생의 평균 학자금 대출은 2만4000달러(약 2600만원).결국 4년제 대학생 24%가 자퇴한다는 마당이다.

여기에 좋은 창업 아이템을 갖고 오는 사람에겐 10만달러씩 투자한다는 이들까지 가세하니 학교를 떠나는 이들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대학 중퇴자가 늘어나는 건 우리도 다르지 않다. '2010 인구주택 총조사' 분석 결과 지난해 현재 4년제 대학 중퇴자는 10년 전 같은 조사보다 96.1%나 늘었다는 발표다.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거나 입학생이 늘어나기도 했을 테니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등록금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휴학과 복학을 거듭하다 졸업이 늦춰지고 취업은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한다는 것이다.

어디서나 대학 졸업장이 인생을 보장하진 않는다. 작가 고(故) 박완서씨와 이문열 · 김훈씨는 대학 중퇴생이다. 박완서씨는 6 · 25,김훈씨는 가정 형편 때문에 졸업하지 못했다. 능인선원 원장 지광스님은 일간지 기자를 거쳐 1985년 능인선원을 설립할 때까지 대학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었다고 털어놨다. 훌륭한 작가와 종교 지도자가 되는 데 학력 따윈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대학에 가려는 건 졸업장이 임금과 승진,업무를 좌우해온 탓이다. 같은 일을 해도 연봉이 다르고 50대가 되면 임금이 두 배나 차이 나게 되다 보니 어떻게든 대학 졸업장을 따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 번진 게 대학 졸업장에 목을 매게 만든 셈이다.

미국에서도 창업은 쉽지 않을 게 틀림없다. 1차 닷컴버블 때도 창업을 위해 중퇴한 사람이 많았지만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저지르는 자에게 기회가 있다지만 학업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더하다. 입학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중도 포기는 신중하게 생각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