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에 있는 오목물류.이곳에는 중국·미국·캐나다·호주 동포들이 자주 찾는다.일명 보따리장수다.현지에서 슈퍼마켓,할인점 등을 운영하는 동포들이 이곳을 찾는 까닭은 무려 400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주방용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여러 곳을 다닐 필요가 없다.‘주방용품에 관한 모든 것’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유통업체지만 수출의 첨병역할을 하는 셈이다.


제2경인고속도로 광명나들목 부근에 오목물류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광명시 노온사동이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건물 내에 몇층으로 선반이 설치돼 있고 그곳에 주방용품이 쌓여있다. 대부분 스테인리스 제품들로 냄비 프라이팬 주전자 냉면그릇 식판 수저 티스푼 오븐 등이다. 국산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중국 등에서 수입된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도 있다.

김성수 오목물류 사장(58)은 "이곳에 전시된 제품이 4000여종에 이른다"고 말했다. 크게 보면 20~30여종이지만 사이즈 · 디자인별로 세분하면 수천종으로 늘어난다. 안양 반월 등 인근 지역뿐 아니라 천안 대전 광주 목포 제주 등의 바이어들이 찾아와 사간다. 이 회사가 구매하는 제품은 컨테이너에 실려 들어오고 바이어들은 1t트럭에 이를 싣고 간다.

특이한 것은 해외동포들도 종종 찾는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미국 캐나다 중국 호주 등지에서 가게를 하는 동포들이 이곳에 와서 사가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로스앤젤레스,캐나다는 토론토나 밴쿠버 등지의 교포다. 김 사장은 "중국의 경우 다롄 하얼빈 창춘 지린 옌지 등 수십개 도시에서 찾아온다"며 "이들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어치씩 냄비 프라이팬 등을 사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해외동포들이 구매하는 액수는 월평균 1억원 안팎에 이르며 연간으로 약 10억원가량 된다"고 덧붙였다. 달러로 환산하면 100만달러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이들 제품 가운데 중국산도 많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중국 동포와 중국인들이 중국 제품을 이곳에서 와서 수입해 간다는 점이다. 왜일까. 김 사장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다양한 제품구색이다. 그는 "아마도 국내에서 우리처럼 주방용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따리장수든 빅바이어든 바이어 입장에서는 제품을 한곳에서 보고 한꺼번에 사면 효율적이다. 복잡하게 이곳 저곳을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취급하는 제품은 스테인리스 냄비만 해도 100종이 넘는다. 양수냄비 편수냄비 손잡이 없는 냄비 등을 구비해놓고 있고 사이즈도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다양하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김 사장은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매장에서도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을 이렇게 골고루 갖춘 곳은 없다"고 말했다.

둘째 교통이 편리하다. 중국의 경우 어느 곳에서도 인천공항까지 대개 2시간이면 온다. 인천공항에서 광명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와도 쇼핑할 시간이 충분하다. 뿐만 아니다. 광명에는 이런 대형 유통업체가 100여곳이 있다. 도자기 소형가전제품 완구 문구 플라스틱제품 세제 판촉물 등도 인근 수백m 안에서 구할 수 있다. 김 사장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마트를 경영하는 동포도 자주 오는데 스테인리스 주방용품과 완구 문구를 한꺼번에 산 뒤 무역업체를 통해 배송을 부탁하고 떠난다"고 설명했다. 원스톱쇼핑이 가능한 것이다. 그는 "동북 3성의 중국 동포들도 항저우나 광저우로 가는 것보다 인천공항으로 오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쇼핑을 빨리 끝내면 관광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셋째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한국 사람들이 1980년대에 일제 코끼리밥솥이나 소니전자 제품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며 "지금 동북3성지역 중국 사람들의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그 당시 코끼리밥솥 열풍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캐나다 호주 동포들의 경우 한국산 제품의 품질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는 데다 고국에 대한 향수 때문에 찾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해외 동포 중에는 광명에 와서 제품을 사간 뒤 다음 번에는 동포들을 서너명씩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으며 한국 제품 판매를 통해 자리잡은 뒤 인근에 서너개씩 마트를 확장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목물류는 상품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자체브랜드인 '오목(OMOK)'으로 제조업체에 주문하기도 한다. 아직 브랜드 경쟁력은 낮은 편이어서 대형 제조업체 브랜드를 쓰되 자사 고유의 모델명을 쓰기도 한다. "예컨대 스테인리스 냄비의 경우 대형 제조업체 브랜드가 찍혀있지만 그 중에서 '퍼니(FUNNY)'라는 모델은 오목물류에서만 주문해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20년 동안 유통업에 종사한 노하우 때문에 어떤 제품이 팔릴지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며 "판매될 만한 제품만을 골라 우리 상표를 부착해줄 것을 제조업체에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서울 신정동 오목교 부근에서 소형 가전제품을 파는 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1997년 주방용품 유통업체를 창업하면서 상호를 오목물류로 지었다. 그는 "몇가지 아이템을 판매해본 뒤 주방용품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의류처럼 유행을 타지 않고 성수기 · 비수기 구분이 거의 없는데다 생선처럼 부패되는 상품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내(박선자 · 56)와 아들(김석원 · 31)과 함께 출근해 업무를 본다.

그의 꿈은 두 가지다. 우선 현재 있는 사업장이 광명 · 시흥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에 편입된 만큼 대체부지로 제공되는 보금자리유통단지에 입주해 번듯한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매장을 세우는 것이다. 카테고리킬러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과 달리 상품별 전문매장을 특화해 파는 곳으로 전자제품의 경우 하이마트가 한 예다.

김 사장은 "다만 이렇게 하기 위해선 먼저 보금자리유통단지가 수천평에서 1만여평 단위의 큰 덩어리로 분양돼서는 안되고 수백평 단위의 개별입지로 분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지역 물류업체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이 지역 업체들로 구성된 광명생활용품조합의 이사도 맡고 있다. 이 조합의 이진발 이사장(60)은 "소득이 2만달러를 넘게 되면 카테고리킬러 매장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적절한 규모의 매장을 통해 특색있는 카테고리킬러 매장을 꾸밀 경우 이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을 뿐아니라 외국 바이어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하나는 광명생활용품조합과 공동으로 40~50대 퇴직자를 위한 창업연수생을 모집해 창업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베이비붐 세대 등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매장에도 물건을 보러오는 50대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 중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일을 구상하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조합 차원에서 퇴직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통에 대한 교육과 실습,그리고 현장근무를 거쳐 원하는 경우 적절한 아이템으로 창업할 수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