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훈련 용어로 '뺑뺑이'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 체력을 단련시키기 위해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달려갔다 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의 서비스는 고객들이 '뺑뺑이'를 돌아야 겨우 얻을 수 있는 낮은 수준이었다. 일을 보기 위해 찾은 창구에는 안내가 되지 않아 헤매야 했고,차례가 돼 창구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불친절을 경험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기번호표도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후진국형 서비스였다.

요즘의 서비스 수준은 어떨까.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그러한 차이점을 고려해 어떤 마케팅과 매니지먼트 전략을 펼쳐야 할까.



#서비스 마케팅 시대

서비스 수준은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인데 그 사람들에게 불친절했던 아이러니한 시대가 있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산업 차지 비중은 60%대이고,다른 선진국들은 70%를 웃돈다. 우리가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를 논할 때,예전엔 제조업체와 제품이 주 대상이었지만 요즘은 서비스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선택에 있어서 위험부담을 많이 느껴 신중할 수밖에 없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에 민감하다. 은행이나 병원,호텔,통신사 등을 평가하고 선택할 때 자동차나 가전기기를 선택하듯이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까지 의존해왔던 경영의 가이드라인이 서비스의 경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 '4I'와 마케팅 '8P'

서비스 마케팅과 매니지먼트 전략을 논할 때는 서비스의 특성,즉 서비스와 유형재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유형재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서비스는 무형성(intangibility)이 높아 소비자가 구매 전에 시용(試用)을 할 수 없고 △생산과 소비가 불가분성(inseparability) 또는 동시성을 갖고 있어 접점요원들의 중요성이 크며 △품질의 불균질성(inconsistency)으로 품질을 예측하기 힘들고 △소멸성 또는 재고불능성(inventory problem) 때문에 수요의 고저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서비스 마케팅은 지금까지 기업이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 유형재 마케팅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를 '4I'라고 부른다.

유형재에 대한 마케팅을 논할 때는 제품(product),가격(price),유통(place),촉진(promotion)의 '4P'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비스의 경우 기존 '4P'에 프로세스(process),물리 환경(physical environment),사람(people),생산성과 품질(productivity and quality)을 추가해 '8P 마케팅 믹스'라고 부른다. 서비스의 '4I' 특성을 '8P' 마케팅 및 매니지먼트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물건 장사 아닌 사람 장사

'서비스는 물건 장사가 아니라 사람 장사'라는 말이 있다.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와 상호교류에 의해 생산되고 제공되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종업원의 수준이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고,서비스 기업의 성공은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종업원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P 서비스 마케팅 믹스'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사람(people)이다. 서비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을 선발해 최고의 교육훈련을 시키고,이들을 지원해 서비스 현장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 굴지의 항공사 SAS의 예를 생각해보자.어렵던 회사를 짧은 시간 내에 성장시킨 사람은 얀 칼슨 회장이었다. 그는 고객과 직원이 상호 교류하는 접점,즉 결정적 순간(MOT · Moment of Truth)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서비스 기업의 성패는 고객과 종업원이 만나는 결정적 순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SAS는 접점요원들의 선발,훈련,지원이 서비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직원 만족도가 곧 고객 만족도

회사 생활에 만족하는 서비스 직원은 고객을 만족시킨다. 좋은 기분이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억지로는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상대방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성의를 베풀고 있는지,아니면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억지로 웃고 있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마케팅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 종업원 자신이 불만에 차 있으면 고객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 이와 반대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직원은 성취감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직원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는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

고객만족도는 비용인가,투자인가. 기업이 고객만족을 위해 쓰는 돈은 비용으로 처리돼 흘러가는 돈인가. 아니면 나중에 기업에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 개념인가. 많은 마케팅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만족은 기업의 수익을 올려주는 훌륭한 투자 대상이라고 한다.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반복구매를 하게 되면서 고객 충성도가 올라간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성고객이 늘수록 평판이 좋아지고 수익성도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종업원 만족은 고객만족으로 직결되고,고객만족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서비스 마케팅과 매니지먼트의 성패는 종업원들을 얼마나 잘 선발하고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mlee@yonsei.ac.kr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미 일리노이대 경영학 석사ㆍ박사 △서비스 마케팅학회 회장,소비자원 비상임이사,한국광고학회 차기회장 △저서 '서비스 마케팅& 매니지먼트'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브랜드전략론' 등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