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선물매매에 따라 국내 증시가 휘둘리는 높은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의 해결점을 앞두고 주요 수급주체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선물시장을 장악한 외국인 매매에 따라 지수가 출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오전 10시3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26.91포인트(1.30%) 오른 2097.20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부터 프로그램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지수를 2100선 가까이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호전됐기 때문이다. 전날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은 전날 선물시장에서 약 8800계약을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베이시스가 악화되며 프로그램 차익거래로 4157억원 이상 매물이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주요 수급주체들이 팔짱을 끼며 거래대금이 줄어든 탓이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200 거래대금은 지난 3월 일본대지진 이후 가장 적은 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며 "선물시장 거래대금을 현물시장 거래대금으로 나눈 '현선배율'은 가장 높은 11.13배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 불확실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외국인의 선물 매매가 현물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오는 29일과 30일 그리스 재정긴축안 의회 표결이 진행될 때까지 '왝더독'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선물매매와 코스피 등락률의 방향성 일치 여부를 살펴보면 10거래일 중 평균 6.77일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단기적으로는 그리스 채무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추세를 이끄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좌우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그리스 긴축안에 대한 통과를 확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장의 추세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워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가 전날 지수를 끌어내린데 반해 이날은 2100선 가까이 끌어올리고 있다"며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기보다 대외 변수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2100선을 회복해도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한 것이므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며 "지수 자체보다는 주요 수급주체인 외국인과 투신, 개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시점을 본 뒤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후 긍정적인 신호는 속속 포착되고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기술적으로 60일 이동평균선(2117) 회복을 꾀하고 있고 가격부담도 크지 않은 상태"라며 "국내 기관도 7거래일 연속 매수로 대응하고 외국인도 비차익을 통해서는 순매수에 나서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지금 딱 하나 남은 문제는 바로 그리스"라며 "그리스 재정긴축안이 통과될 때까지 강하게 추가적으로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