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문화와 지식경영 시대에 책은 경영인,문필가뿐만 아니라 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준다. 조선시대 정조는 '책가도'(冊架圖 · 책그림)에 심취했다. 책은 미술 작가들에게 새로운 창작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식의 보물창고인 '책'을 극사실적으로 그리는 서유라 씨(27)가 서울 평창동 가나컨템포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 '소울 트립'전을 갖고 있다. 서씨는 여성들의 사회적 이슈와 관심사를 감각적인 색감과 표현법으로 형상화해온 작가다. 초등학교 때 '유라의 하루'라는 일기책을 펴내면서부터 책에 애정을 갖게 된 그는 2007년 첫 개인전을 열 때부터 책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다.

내달 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역사,대중문화,여성을 주제로 한 회화 20여점을 내걸었다.

그는 '그리기'라는 방법으로 책을 캔버스에 잡아둠으로써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형상화한다. 패션,미용,연애론과 같이 현대 여성의 관심거리를 다루는 작품들은 사실주의적 회화의 맛이 더해져 더욱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미용서(Beauty Book)'는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욕망을 담은 책에 구겨진 잡지 모델의 이미지를 겹쳐 현대 소비사회 속에서 여성의 욕망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에로틱 아트(Erotic Art)'는 성에 대한 담론을 다룬 책과 춘화 이미지들 사이에 최초로 페미니즘 논쟁을 이끈 페미니스트 울스턴 크래프트의 이야기를 접목했다.

그는 책의 표면을 담담하게 그려가는 역설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시각예술은 무엇인가를 되비춘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