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가로 2조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는 대한통운 인수가로 2조원(주당 20만원)이 넘는 금액을 써냈고 CJ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SDS-포스코 컨소시엄은 이에 못미치는 1조8000억원(주당 19만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서 예상했던 대한통운 인수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조5000억원~1조6000억원 사이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삼성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인수가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고 실제로 CJ는 삼성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5000억원 가량을 올려 2조원에 달하는 과감한 배팅을 했다.

CJ입장에서는 원래 목표였던 대한통운 인수에는 한발 짝 더 다가선 셈이지만 50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더 쓰게 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J의 이번 인수가 제시는 증권계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CJ가 파격적인 베팅으로 인수 가능성을 높이긴 했지만 이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을 본다. 일각에서 '승자의 저주' 우려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당장 이날 CJ주가는 전날보다 9.8% 떨어진 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업계에서는 CJ의 인수대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 받은 투자확약서 금액이 6000억원이고 현금 및 유동성 자산도 54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CJ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5.5%도 평가액이 1조원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지분 500만주를 팔아서 마련한 금액을 포함해 각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1조6000억원 정도 된다.

CJ는 또 이번 인수 과정에서 그룹의 입 역할을 해온 홍보 책임자를 전격 경질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도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에 온갖 설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삼성은 범 삼성家 집안싸움이라는 소문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정작 크게 손해본 것은 없다는 평가다.
CJ나 포스코만큼 대한통운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아닌데다 5%에 불과한 작은 지분 참여만 추진했기 때문에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SDS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에 실패할 경우 비즈니스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하는 데 따른 영향은 있겠지만 진행 중인 사업 계획에 제동이 걸린다던가 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을 끌어들여 시너지를 얻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자인 CJ의 인수 의지만을 높여줘 대한통운 인수라는 본래 목적 달성에서는 멀어지게 됐다. 포스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도 GS그룹과 손을 잡았다가 본입찰 당시 제휴 관계가 깨지면서 인수계획을 접어야 했다.

한편 산업은행, 노무라증권 등 매각 주간사들은 이르면 28일, 늦어도 29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