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필자는 영국령이었던 몰타와 그리스 기업 간 럭비 경기에 그리스 선수로 출전한 적이 있다. 당시 25세이던 동료 선수가 경기 중 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인생의 황금기에 운동은 물론 평생 걸을 수도,뛸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새로운 환경과 편견에 맞닥뜨리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사고를 당한 그 친구는 대중교통 이용에서 교육,취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정상인의 잣대로 맘대로 판단하고 낙인찍고 있음을 경험해야만 했다.

누구나 자신만의 특출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으며 많은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가 실제로 자신과는 '다른' 이들에 대해 진정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다.

장애인 고용률이 54%에 달하는 등 사회적 포용력이 높은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에서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큰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철저하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고 똑같은 기준에서 경쟁한다. 핀란드 장애인들의 석 · 박사 비율이 정상인보다도 월등히 높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장애'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누구나 인간의 능력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가졌던 경험이 있고 이 죄책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악성' 베토벤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은 그 웅장함과 신비로운 선율로 필자가 좋아하는 명곡이다.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작곡한 이 위대한 작품은 진정 가슴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또 다른 천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다. 그는 루게릭 병으로 온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을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배경,신념,능력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개인 간의 '차이'를 포용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회의 독립된 일원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에 더 많은 경사로나 점자 표지판을 설치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 사람들의 선입견이 바뀌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베토벤과 호킹 박사는 불가능은 없다는 것,그리고 인간은 헤아릴 수조차 없는 깊이의 용기와 인내,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쯤에서 필자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 또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척추 부상으로부터 7년 뒤 인생의 꿈을 실현했다. 휠체어를 타고 투포환 선수로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신이 창조한 인간은 진정 경이로운 존재다.

리차드 힐 < SC제일은행장 Richard.Hill@s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