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그많던 고스톱판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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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불법도박 32조 광풍…중독자 200만에 카지노라니
고스톱 광풍은 왜 수그러들었을까.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첫 번째 이유다. 집에서 치르던 경조사가 뷔페나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사내 경쟁이 치열해져 직장 동료들과 어울릴 여유가 없고,다른 즐길거리가 늘어난 이유도 있다. 또 다른 요인은 고스톱이 인터넷에 둥지를 튼 것이다. 포털 검색창에 고스톱이라고 치면 도박사이트가 수십개씩 뜬다. 그 많던 고스톱판은 사라진 게 아니라 PC와 휴대폰 속으로 들어갔다.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박이 된 것이다.
승부에 치열한 국민성과 개인의 원자화(原子化) 추세 속에 혼자 하는 인터넷 불법도박은 비약적인 신장세다. 국세청은 인터넷 불법도박 판돈이 연간 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도박업자들이 이 중 10%만 챙겨도 3조2000억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황당 뉴스로 등장한 김제 마늘밭 110억원,여의도 물류창고 10억원 상자,축구 승부조작 등이 다 도박사이트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른바 하우스,카지노바와 바다이야기 같은 머신게임 등은 실태 파악조차 안 된다.
합법적인 도박게임도 즐비하다. 정부는 기존 경마에 이어 경륜(1994년) 정선카지노(1998년) 경정(2002년) 등을 무더기로 허용했다. 작년 이용객은 3954만명,총매출은 17조327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서 세금 · 기금 명목으로 정부가 뗀 '고리'가 4조3000억원이다. 바다이야기가 극성이던 2006년(11조8888억원)에 비하면 총매출은 5년 새 45.7% 급증했다. 불법 도박을 합쳐 연간 50조원의 갬블시장을 형성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 뜬금없이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허용 논란이 불거졌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라스베이거스가 레저도시로 발전한 사례를 들며 검토할 때가 됐다고 화두를 던졌다. 부작용은 사회 자정능력으로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선카지노의 무수한 도박폐인들을 알고나 한 소리인지 되묻고 싶다. 모른다면 현실에 무지한 것이요,안다면 실상을 호도한 것이다.
도박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국내 도박중독 유병률은 6.1%에 이른다. 줄잡아 200만명이 도박을 못 끊어 가족까지 고통받는 상태다. '인생 뭐 있어''못 먹어도 고(go)'식 사회 분위기에 자정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고위 공직자,공기업 임직원,노조 간부들까지 근무시간에 도박을 해 구설수에 오르는 판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