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야간에 주로 전화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스마트폰 등을 통해 세계 30여개국의 주식을 사고팔고 있다.

28일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 주식 결제액은 지난달 2억3000만달러로 연중 최저를 기록한 이후 이달 들어서도 24일까지 2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 해외 주식 결제액은 작년 10월 사상 최대인 9억1000만달러까지 증가한 후 올 1분기만 해도 월평균 3억달러를 웃돌았다.

김국영 우리투자증권 해외주식부장은 "지난달부터 해외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원 · 달러 환율의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해외 주식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식 거래는 달러나 유로화 등 투자국 화폐로 교환해 매수하기 때문에 환율 동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 주식 결제액도 지난달 연중 최저인 9만8000달러로 급감했다. 월 결제액이 10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유럽담당(대리)은 "그리스 사태가 유럽연합(EU) 내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올초 그리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이미 손실을 입은 상태여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1~2월 주로 사들였던 그리스 국립은행(ET) 주가는 2월25일 8.1유로에서 지난 17일 4.34유로까지 떨어져 거의 반토막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리스 주식 거래는 소폭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리스 주식 결제액은 지난주부터 저가 매수가 유입되며 이달 13만5000달러로 증가했다. 이 대리는 "이번 주를 고비로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갖고 일부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투자자가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들은 진행 과정을 확인한 뒤 매수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