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은 2009년 결정된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8억1300만t 대비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안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감축 목표안이 '30% 감축 목표'를 억지로 맞추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2009년 이 대통령이 지시했던)30% 목표를 맞추기 위해 숫자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현실성 없는 감축 목표안

감축 목표가 배정된 분야는 7개 부문 25개 업종이다. 산업별로는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수송 34.3%,건물 26.9%,전환(발전) 26.7%,공공 기타 25%,산업 18.2%,폐기물 12.3%,농림어업 5.2% 등의 감소 목표치가 설정됐다. 업종별로는 전기 · 전자 업종의 감축 목표안이 61.7%로 가장 높다. 이와 함께 디스플레이(39.5%) 운수 · 자가용(34.3%) 자동차(31.9%) 반도체(27.7%) 등 총 9개 업종에 두 자릿수 감축률이 배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연료 대체,스마트그리드 보급 확산 등을 통해 감축 목표안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목표를 맞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감축 목표만 있지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방안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산업계 관계자는 "2009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때 2020년 BAU가 8억1300만t이었다"며 "2년이 흐른 지금도 똑같은 수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어떻게 배출 전망치와 감축 목표치를 세웠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다"며 "숫자가 1%만 바뀌어도 엄청난 돈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나타냈다. 게다가 정부는 업종별로 연도별 감축 목표까지 제시하면서도 여기에 소요되는 투자 및 기술 비용은 아직 산정조차 하지 않았다.

◆재계 의견은 무시한 일방적 발표

산업계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 때문에 재계는 정부의 감축 목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정부와 재계가 온실가스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며 "감축 비율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전자업계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감축량 기준으로 업종 중 가장 많은 2800만여t을 2020년까지 줄여야 하는 디스플레이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감축 목표는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업계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큰그림은 맞지만 일본 등 경쟁 국가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감축 목표도 지나치게 높아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경민/박동휘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