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돌연 '저가 아이폰' 출시…경쟁사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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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시판…'지각 변동' 예고
기기ㆍ서비스ㆍ콘텐츠 묶어 '애플 월드' 구축 나설 듯
삼성ㆍLG와 격전 불가피
기기ㆍ서비스ㆍ콘텐츠 묶어 '애플 월드' 구축 나설 듯
삼성ㆍLG와 격전 불가피
애플이 9월께 내놓는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5(가칭)'에 중저가 보급형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28일 "최근 애플로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용 부품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왔다"며 "항상 고사양 부품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현장 엔지니어들이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2007년부터 애플에 관련 부품을 공급해온 핵심 공급처다. 또 다른 부품업체 고위 관계자도 "애플이 두 달 전쯤 아이폰4에 들어간 것보다 싼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중국-중남미 공략 가시화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 출시는 지금까지 고수해온 '승리 방정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프리미엄 이미지의 고가 기기를 판매하고,여기서 얻은 고객 충성도를 활용해 통신사와 부품업체에 강한 협상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높은 영업이익률에 비해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았다. 선진국시장 중심의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이 저가 모델을 대량 살포하고 나설 경우 신흥시장까지 아우르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중국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 방문은 애플의 신흥시장 공략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6억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 이통사다. 중남미 시장 공략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아이폰 조립을 맡고 있는 대만 훙하이(鴻海)는 브라질 내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8.1%로 노키아(23.5%)에 이은 2위다. 하지만 북미(27.9%)에 비해 아시아(13.5%),중남미(13.5%) 시장점유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계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27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애플이 보급형 '아이폰4S'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 전략과 결합
전문가들은 이달 초 공개한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와 보급형 모델이 무관치 않다고 본다. 아이클라우드는 애플 기기 이용자들이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별도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앱스토어를 수직 결합시키는 데서 나아가 경쟁 단위를 단말 라인업 전체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이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필요하다.
◆삼성 · LG 초긴장…노키아 괴멸 우려
보급형 아이폰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에 큰 시련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을 추격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 뒤 보급형 제품 판매를 늘려가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LG전자가 10월 출시를 목표로 최고급형 스마트폰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보급폰 출시는 이들의 배후를 기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자체 개발한 '바다'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애플이 진입할 경우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제품을 위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노키아는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