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인 남자가 있다. 그 이름은 독고진.얼마 전 종영한 TV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인데 까칠한 도시남자(까도남)의 전형이다. 한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나쁜 남자 독고진(차승원 분),착한 남자 윤필주(윤계상 분) 중 연애상대로 누가 더 나은가'란 질문에 89%의 응답자가 독고진을 꼽았다.

여자들이 까도남에게 끌린다는 건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뭘까. 독고진이 더 좋은 이유를 묻자 '까칠하고 강한 남자다운 매력'(12%)을 느낀다거나,'착한 남자로 바꾸겠다는 도전정신'(13%)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소수였다. '다른 여자한테는 나빠도 나한테는 다를 거라는 기대심리'(41%),'열 번 나빠도 한 번 잘해주면 그 효과는 배가 되기 때문'(29%)이란 응답이 주를 이뤘다. 까칠한 남자들이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착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는 말이다.

기업도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기보다는 다소 까칠할 때 더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모든 경쟁사들이 '고객님~'을 외칠 때 퉁명스럽게 고객을 대하지만 오히려 사업이 성장하는 기업들을 통해 고객을 유혹하는 비결을 알아보자.

#역발상으로 고객 사로잡은 기업들

[한경 Biz School] 도어맨도 없는데 만족도 95%…'까도남' 처럼 고객을 유혹하라
대부분의 호텔이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할 때 일본 호텔체인 도요코인은 역발상을 시도했다. 이 호텔은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도 없다. 짐은 손님이 방까지 들고 올라가며,세면도구는 모두 1층 자판기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찾기에는 너무도 까칠한 도요코인호텔.그런데 이 호텔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는 비즈니스 호텔 평균을 넘는 95%에 이른다. 다른 호텔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별도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도요코인은 호텔 전체에 무선 랜을 설치,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객실은 작지만 업무공간과 수면공간을 분리해 여행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외지에 있지만 집에서 먹는 듯한 정통 가정식을 제공하거나,세탁과 다림질 기구를 구비해 둔 것도 저렴한 출장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서비스다. 첫인상이 퉁명스러운 이 호텔은 '나에게만 보여주는 착한 매력'이 있다.

미국의 하디스 버거도 까칠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에 밀려 그저 그런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던 하디스.웰빙바람이 한창이던 2004년 하디스는 파격적인 햄버거로 시장에 선전포고를 했다. 쇠고기 패티 2개,베이컨 4개,치즈 3장,케첩과 마요네즈로 맛을 낸 '몬스터버거'가 비장의 무기였다. 성인남자 1일 권장 섭취열량의 절반을 가뿐하게 넘는 고칼로리 몬스터버거는 경쟁사들이 몸에 좋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제품들을 내놓는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런데 시장은 '몬스터버거'를 뜨겁게 환대했다. 저지방 샐러드와 얄팍한 햄버거에 허기를 느끼던 대식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름진 햄버거의 등장에 열광했다. 하디스는 '몬스터버거' 출시 후 매출이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까칠하지만 내게만은 친절' 느낌 줘야

소비자에게 불친절하기로는 캐주얼 브랜드 게스(Guess)도 만만치 않다. 게스는 사업 초기에 일부러 청바지 사이즈를 24인치로 제한했다.

이후 게스 청바지는 날씬한 여성들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인식되며 인기를 끌었다. 게스 청바지를 입을 수 없는 다수의 눈총을 받는 것이 게스 청바지를 입는 이유가 돼버렸다. 게스는 '섹시 컨셉트'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많은 여성들이 게스의 쇼윈도 앞에서 부러움과 좌절감을 느꼈다. 반면 날씬한 체형을 가진 소비자들은 특별 대우를 받는듯한 기분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한경 Biz School] 도어맨도 없는데 만족도 95%…'까도남' 처럼 고객을 유혹하라
흥미로운 사실은 훗날 게스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청바지 사이즈를 다변화하면서 평범한 캐주얼 브랜드가 됐다는 점이다. 까칠함을 포기한 대가로 매출은 늘었지만,게스는 더 이상 고객들이 열광하는 인기 브랜드가 되지 못했다. 이른바 까 · 도 · 남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경영자라면 과감하고 도발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스스로 고객층을 제한하는 대신 해당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반영한 상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퉁명스럽지만 선망의 대상이 된 까도남은 까칠하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만은 친절하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 김용성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