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유럽 국가들 중 복지병으로 망한 나라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과도한 복지에 대해 우려하자 이렇게 반박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자연스런 대화 중 한 토막을 잘라내 이를 비판하는 것이 그다지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의 언급은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성립되는 주장이고 복지 문제는 손 대표 스스로가 보편적 복지개념을 들고 나온 상황이기에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차제에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유럽 복지 국가 중에 망한 나라가 없다는 말은 국내 좌파들이 항용 스웨덴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충분한 복지가 근로의욕을 부추기고 내수를 부양하는 등의 경제적 효과가 크고 북유럽의 성공은 바로 이 복지의 선순환에 기반해 있다는 판에 박은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유럽이 과도한 복지 후유증으로 국민들의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그 결과 생산성 저하는 물론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는 소위 복지병을 앓아 왔다는 것은 그 어떤 증거로도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스웨덴은 지금 국내 좌파들이 언급하는 복지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세제를 이미 90년대 초에 완전히 뜯어고쳤고 영국도 영국병 끝에 근본적인 개혁안을 추진해온 것은 세상이 아는 그대로다.

지금 복지논란의 핵심 주제인 등록금만 하더라도 독일이 대학을 법인화 체제로 이행 중이고 영국은 등록금을 3배까지 올리는 등 대학 구조 개혁에 유럽국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망한 나라의 예가 없다는 말은 더욱 터무니없다. 지금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이 모두 그런 경우이며 남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복지병 끝에 중증환자가 되어 응급실에 실려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가 망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나라는 원유를 팔거나 원목을 무진장으로 내다팔 수 있는 그런 국가다. 우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되는 국가들이다. 손 대표는 나라가 망해 끝장나는 순간까지 국민들을 기만해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