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콘텐츠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34)는 2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SC제일은행 지점을 찾아 대출 상담을 받으려다 포기해야 했다. 창구 직원은 미안한 듯 "27일부터 노조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 지금은 영업 담당자가 없다"며 "신규대출 상담을 해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른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SC제일은행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고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성과연봉제

이번 임단협의 가장 큰 쟁점은 성과연봉제다. SC제일은행은 올해 초 금융권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다. 사측은 임단협 타결에 앞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조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서 임단협을 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작년 임금을 2% 인상하는 임단협 내용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것인데 사측이 부당하게 성과연봉제 도입과 연계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리처드 힐 SC금융지주 회장 겸 SC제일은행장은 지난주 두 차례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는 결국 공정한 임금 체계를 만들어 직원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떻게 하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노조의 의견을 물을 준비가 돼 있는데 노조에서 소통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주로 정규직인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8500만원으로 은행권에서도 상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규거래 올스톱

SC제일은행 직원은 모두 6500여명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노조원이며 사측은 2500명 정도가 이번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500여명은 대부분 영업 담당 직원들이다. 사측은 일단 한 곳도 빠짐없이 지점 문을 열었다. 겉보기엔 '정상영업'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신규 예 · 적금 취급이나 대출 상담 등은 '올스톱'된 상태다. 사측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본부 직원과 노조원들을 영업점에 투입해 '당분간 신규 영업은 하지 말고 기존 고객부터 응대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28일 대부분의 영업점에는 청원경찰과 창구직원 몇 명만이 자리를 지킨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금융당국,"소비자 피해 주시"

금융권은 이번 파업으로 SC제일은행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SC제일은행의 시장점유율은 5%에 그쳤다.

금융감독원은 27일부터 서울 종각역에 있는 SC제일은행 본점과 전산실에 검사역들을 파견했다. 28일부터는 영업에 차질을 빚는 점포에 검사역을 보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파업으로 피해를 보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