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허경환, 닭 가슴살로 연예계 대표 '개C'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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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 생각보다 큰 규모와 직원들 수에 일단 깜짝 놀랐다. 사무실을 지인과 공동으로 쓴다는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이사진 2명에 일반 직원 10명이면 ‘쇼핑몰 치고’ 적은 수는 아니었다. 요즘 연예계 대표 성공 사업가로 손꼽힌다는 말이 실감났다. 주인공은 바로 자칭 개·가수(개그맨+가수), 개·몸(개그맨+몸짱)에 이어 개C(개그맨 CEO)인 허경환이다. 지난 1월 닭 가슴살 브랜드 ‘허닭’으로 쇼핑몰을 오픈한 후 단기간에 온라인 쇼핑몰 ‘강자’로 떠오르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하루 매출 8000만 원이니, 식품 업계 순위 6위 등극이니 하며 이슈를 쏟아냈다. 개그맨으로서보다 사업가로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
“실제로 하루 매출 8000만~9000만 원을 달성한 날도 있고요. 하루 방문자 수가 22만 명에 달했던 날도 있어요. 관심도와 클릭 수 등을 따져 매기는 온라인 쇼핑몰 순위에서는 식품 업계 6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1위 회사는 CJ인데, 그 엄청난 회사가 우리 회사 몇 계단 위에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이런 결과들이 실은 기분 좋으면서도 불안해요. 이 상황이 계속 유지되지 않으면 ‘연예인이 하는 게 다 그렇지’라는 말을 들을까봐서요. 저는 시작부터 확 뜨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주변에 개그맨 선배들이 사업을 하면서 흥하고 망하는 걸 많이 봐서 꾸준히 잘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주변엔 ‘사업 실패의 예’들이 많다.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한 지 얼마 안 돼 그만뒀다는 이들도 많았고, 또 알고 보면 ‘무늬만’ 사장인 경우도 수두룩했다. 개그맨이 된 후부터 줄곧 자기 사업에 대해 생각해 왔던 그는 숱한 간접경험을 통해 그가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방송 활동을 위해 ‘몸’을 만들면서 항상 달고 살았던 게 바로 닭 가슴살이니 잘 아는 ‘종목’인 건 틀림없는 일. 게다가 사업에 대해 좀 아는 지인들이 가세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어느 날, 지금 우리 회사 이사로 있는 두 형들과 술을 마시다가 사업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했고,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늘 시켜 먹는 닭 가슴살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그날 술자리에서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계획까지 논의됐는데, 그 계획의 80%가 그대로 이뤄졌죠. 그렇게 ‘얼떨결’에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뜻으로 회사명도 (주)얼떨결로 했어요(웃음). 그 후 3일 만에 회사명을 신고하고, 1주일 만에 ‘허닭’이란 브랜드가 나왔으니 정말 초스피드였죠.”
◆ 방송을 더 잘하고 싶어 시작한 사업
그게 지난해 7월의 일. 본격 쇼핑몰 오픈까지 5개월 동안 창립 멤버 3인방이 직접 발로 뛰며 생산 공장을 찾고, 차별화된 닭 가슴살 레시피를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가 이뤄졌다. 초기에 사기 비슷한 걸 당해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맨손으로 시작했기에 오히려 더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바로 훈제 맛, 칠리 맛, 마늘 맛 등 세 종류의 닭 가슴살.
“닭 가슴살은 다이어트용이라는 편견을 넘어서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닭 가슴살을 약처럼 먹는데 보디빌더 경기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면 적당히 맛있게 드셔도 괜찮아요. 무엇보다 우리 제품은 세이프 푸드(safe food)를 지향합니다. 100% 국내산 닭 가슴살은 기본이고요, 방부제·발색제·산화방지제 사용을 금하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위생 문제는 제가 늘 철저히 따지는 부분이에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여러 승인 검사를 준비 중인 것도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믿고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게 우리의 큰 경쟁력이기도 하고요.”
엄청난 매출 기록이 연일 보도되기도 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번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브랜드와 회사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연구와 제품 개발에 고스란히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아버지의 낡은 자동차를 바꿔준 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마음속에 남았다.
“일단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빚만 지지 않는 선에서 더 투자하자고 합의했거든요. 언제 어디서 우리 브랜드보다 더 나은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죠.”
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는 늘 소비자 편에서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늘 닭 가슴살을 소비하는 처지인 만큼 제품의 퀄리티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냉철한 평가가 가능하다. 사업 ‘수완’이 필요한 부분은 두 이사에게 맡긴다. 몇 달 회사를 꾸리다 보니 ‘사업가적 기질이 전혀 없지는 않구나’ 생각되지만 그의 본업은 언제까지나 ‘방송’이다. 솔직히 개그맨 초창기부터 사업가를 꿈꾼 것도 팔 할이 방송을 더 잘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개그맨이 불안한 직업이잖아요. 방송은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라는 말이 있어요. 생계형이 아니라 즐겁게 해야 잘된다는 뜻이죠. 사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방송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덕분인지 얼마 전에 KBS ‘낭만에 대하여’란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들어가면서 안심이 좀 됐어요. 그동안 사람들이 ‘요즘 뭐해요?’라고 물으면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었거든요. ‘개그콘서트’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연예인 중에 가장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이 개그맨인 것 같아요. 알고 보면 가장 기회가 많은 곳이 개그 무대인데…. 요즘 핫한 서바이벌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번 떨어지면 끝이지만, 우린 떨어지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니까요.”
데뷔 6년 차, 톱 개그맨이 되기보다 그를 보고 시청자들이 채널을 멈출 수 있는, 꾸준히 웃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은 사업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평생 공무원으로 지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살아온 어머니가 사업에 대해 반대해 왔으면서도 막상 시작하고 자리를 잡아가자 “진실함을 버리지 마라. 이윤을 남기기 위해 초심을 저버리지 마라”며 조언해 주는 말들을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잘된다고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큰돈을 투자하겠다는 연락들이 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죠. 그렇게 남의 돈으로 하게 되면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맥도날드나 KFC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 꿈도 있지만, 그보다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는 브랜드가 되는 게 먼저입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813호 제공 기사입니다>
“실제로 하루 매출 8000만~9000만 원을 달성한 날도 있고요. 하루 방문자 수가 22만 명에 달했던 날도 있어요. 관심도와 클릭 수 등을 따져 매기는 온라인 쇼핑몰 순위에서는 식품 업계 6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1위 회사는 CJ인데, 그 엄청난 회사가 우리 회사 몇 계단 위에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이런 결과들이 실은 기분 좋으면서도 불안해요. 이 상황이 계속 유지되지 않으면 ‘연예인이 하는 게 다 그렇지’라는 말을 들을까봐서요. 저는 시작부터 확 뜨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주변에 개그맨 선배들이 사업을 하면서 흥하고 망하는 걸 많이 봐서 꾸준히 잘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닌 게 아니라 주변엔 ‘사업 실패의 예’들이 많다.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한 지 얼마 안 돼 그만뒀다는 이들도 많았고, 또 알고 보면 ‘무늬만’ 사장인 경우도 수두룩했다. 개그맨이 된 후부터 줄곧 자기 사업에 대해 생각해 왔던 그는 숱한 간접경험을 통해 그가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방송 활동을 위해 ‘몸’을 만들면서 항상 달고 살았던 게 바로 닭 가슴살이니 잘 아는 ‘종목’인 건 틀림없는 일. 게다가 사업에 대해 좀 아는 지인들이 가세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어느 날, 지금 우리 회사 이사로 있는 두 형들과 술을 마시다가 사업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했고,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늘 시켜 먹는 닭 가슴살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그날 술자리에서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계획까지 논의됐는데, 그 계획의 80%가 그대로 이뤄졌죠. 그렇게 ‘얼떨결’에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뜻으로 회사명도 (주)얼떨결로 했어요(웃음). 그 후 3일 만에 회사명을 신고하고, 1주일 만에 ‘허닭’이란 브랜드가 나왔으니 정말 초스피드였죠.”
◆ 방송을 더 잘하고 싶어 시작한 사업
그게 지난해 7월의 일. 본격 쇼핑몰 오픈까지 5개월 동안 창립 멤버 3인방이 직접 발로 뛰며 생산 공장을 찾고, 차별화된 닭 가슴살 레시피를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가 이뤄졌다. 초기에 사기 비슷한 걸 당해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맨손으로 시작했기에 오히려 더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바로 훈제 맛, 칠리 맛, 마늘 맛 등 세 종류의 닭 가슴살.
“닭 가슴살은 다이어트용이라는 편견을 넘어서고 싶어요. 어떤 사람들은 닭 가슴살을 약처럼 먹는데 보디빌더 경기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면 적당히 맛있게 드셔도 괜찮아요. 무엇보다 우리 제품은 세이프 푸드(safe food)를 지향합니다. 100% 국내산 닭 가슴살은 기본이고요, 방부제·발색제·산화방지제 사용을 금하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위생 문제는 제가 늘 철저히 따지는 부분이에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여러 승인 검사를 준비 중인 것도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믿고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게 우리의 큰 경쟁력이기도 하고요.”
엄청난 매출 기록이 연일 보도되기도 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번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브랜드와 회사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연구와 제품 개발에 고스란히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아버지의 낡은 자동차를 바꿔준 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마음속에 남았다.
“일단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빚만 지지 않는 선에서 더 투자하자고 합의했거든요. 언제 어디서 우리 브랜드보다 더 나은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죠.”
대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는 늘 소비자 편에서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늘 닭 가슴살을 소비하는 처지인 만큼 제품의 퀄리티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냉철한 평가가 가능하다. 사업 ‘수완’이 필요한 부분은 두 이사에게 맡긴다. 몇 달 회사를 꾸리다 보니 ‘사업가적 기질이 전혀 없지는 않구나’ 생각되지만 그의 본업은 언제까지나 ‘방송’이다. 솔직히 개그맨 초창기부터 사업가를 꿈꾼 것도 팔 할이 방송을 더 잘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개그맨이 불안한 직업이잖아요. 방송은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라는 말이 있어요. 생계형이 아니라 즐겁게 해야 잘된다는 뜻이죠. 사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방송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덕분인지 얼마 전에 KBS ‘낭만에 대하여’란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들어가면서 안심이 좀 됐어요. 그동안 사람들이 ‘요즘 뭐해요?’라고 물으면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었거든요. ‘개그콘서트’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연예인 중에 가장 대접받지 못하는 직업이 개그맨인 것 같아요. 알고 보면 가장 기회가 많은 곳이 개그 무대인데…. 요즘 핫한 서바이벌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번 떨어지면 끝이지만, 우린 떨어지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니까요.”
데뷔 6년 차, 톱 개그맨이 되기보다 그를 보고 시청자들이 채널을 멈출 수 있는, 꾸준히 웃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은 사업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평생 공무원으로 지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살아온 어머니가 사업에 대해 반대해 왔으면서도 막상 시작하고 자리를 잡아가자 “진실함을 버리지 마라. 이윤을 남기기 위해 초심을 저버리지 마라”며 조언해 주는 말들을 가슴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잘된다고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큰돈을 투자하겠다는 연락들이 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죠. 그렇게 남의 돈으로 하게 되면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맥도날드나 KFC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 꿈도 있지만, 그보다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는 브랜드가 되는 게 먼저입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813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