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세계 2위 음료업체인 펩시코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질 베로드는 사표를 던졌다. 주력 제품인 콜라 판매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펩시코 경영진은 이 기회에 아예 CMO 자리를 없애버렸다. 펩시코를 이끌어온 마케팅 조직은 탄산음료,비탄산음료,해외마케팅 3개 부문으로 쪼개졌다.

펩시코는 지난해 말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에 1위(코크 · 17.0%)와 2위(다이어트코크 · 9.9%) 자리를 모두 내주고 20년 만에 3위(9.5%)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 펩시코가 내놓은 해법은 다시 본업인 콜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펩시코의 성공은 콜라시장 희생의 대가

전문가들은 펩시코의 역사를 가장 모범적인 2등 기업의 성공 스토리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코카콜라라는 거인을 턱밑까지 추격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부터 펩시코가 선택한 전략은 제품 다각화였다.

2006년 부임한 인드라 누이 사장은 "마치 설탕 넣은 탄산음료를 만드는 게 창피한 듯"(월스트리트저널 · WSJ) 펩시에서 콜라의 이미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과일주스 오트밀 스포츠음료 등 다각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2년 뒤 매출은 433억달러까지 불어나 세계 2위 식품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막상 기업의 출발이었던 콜라 시장에선 힘을 잃고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펩시와 다이어트펩시의 미국 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8%와 5.2%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탄산음료 광고비를 1억5300만달러로 5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인 결과였다.

반면 코카콜라는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만 광고비 2억5300만달러를 투입하는 등 '본질'에 집중한 마케팅 덕분에 시장위축에도 타격을 덜 받았다.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펩시코는 5년 만에 다시 콜라에 집중하기로 했다. WSJ에 따르면 펩시코는 '서머 타임은 펩시 타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대대적인 탄산음료 광고에 나선다. 북미 시장에서만 콜라를 중심으로 한 탄산음료 TV 광고 금액도 30% 늘리기로 했다. 이번 여름 콜라 신제품도 출시한다. 한 캔에 60㎉인 '펩시넥스트'다.

◆콜라전쟁은 계속된다

이와 비슷한 일은 1985년 코카콜라에서도 벌어졌다. 1975년 펩시콜라는 '펩시 챌린지'라는 새로운 마케팅을 시작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고객들이 펩시 손을 들어주는 장면을 그대로 광고로 만들어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후 소매매장 콜라판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코카콜라의 쿠바 망명자 출신 최고경영자(CEO) 로베르토 고이수에타는 승부수를 던진다. 전통 콜라 제조를 중단하겠다며'뉴코크'를 출시했다.

그러나 역풍은 상상을 넘어섰다. 콜라 마니아들이 '뉴코크 반대운동 단체'를 조직해 항의했다. 뉴스위크는 한 애호가의 말을 빌려 "국기에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코카콜라는 단 77일 만에 뉴코크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통 콜라 제조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통의 톡 쏘는 맛을 그대로 살린 '클래식 코크'를 내놓고 재기에 성공했다. 기본을 벗어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얻은 성과였다.

김용준/강유현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