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패밀리 브랜드(멀티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 기존 인기 브랜드를 유지한 채 새 상품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부 내용만 추가하는 브랜드 전략이다.

웅진식품은 최근 기존 보리차 음료의 이름을 기본 브랜드로 한 청량음료 '하늘보리 톡'을 새로 내놨다고 29일 밝혔다. 1999년 처음 선보인 '하늘보리'가 음료시장에선 드물게 장수 브랜드로 자리잡은 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올 들어 국내 주스시장 2위권에 올라선 주스 브랜드 '자연은'을 바탕으로 설탕을 줄인 어린이용 주스 '자연은 키즈'도 최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도 대표적인 멀티 브랜드로 꼽힌다. 2008년 원두 캔커피로 이름을 알린 칸타타는 연간 20~30% 성장률을 보이며 국내 커피음료 1위에 올랐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같은 이름의 커피믹스 제품을 만든 데 이어 최근엔 커피전문점 사업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또 '티트리'라는 차 음료 브랜드를 토대로 페트 용기의 녹차 제품과 티백을 내놓았으며,연내 같은 브랜드의 홍차도 출시할 계획이다.

남양유업도 패밀리 브랜드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13년 동안 인지도를 높여온 '프렌치 카페' 브랜드를 활용한 커피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말 커피믹스 신제품에도 이 브랜드를 붙였다.

'떠먹는 불가리스'도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1990년부터 마시는 농축 요구르트 불가리스를 판매해 온 남양유업은 5년 뒤 떠먹는 형태의 요구르트 제품을 '꼬모'란 이름으로 내놨지만,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2009년 이 제품의 이름을 '떠먹는 불가리스'로 바꾸면서 이전까지 연간 20만개가량이던 판매량이 작년엔 80만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히트 빙과제품인 '메로나'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메로나가 브라질 등 해외에서 고급 빙과제품으로 인지도가 높아지자 원래의 멜론맛 외에 바나나맛 딸기맛 등의 제품에도 메로나 브랜드를 최근 붙였다.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멀티 브랜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새 상품의 생명주기가 짧아지고 장수 브랜드가 힘을 발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기존 브랜드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새 식음료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연간 30억원가량의 광고비를 5년 연속 퍼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정설"이라며 "패밀리 브랜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