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전용 95㎡ 아파트 전셋값 실거래가는 올해 초나 지금이나 5억4000만원으로 같은데 137㎡는 7억~8억2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전셋값이 떨어져 속상하다는 중대형 집주인이 많습니다. "(서울 대치동 개포우성2차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매매 시장에 이어 전세 시장에서도 중소형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증가세인 1~2인 가구와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세입자들이 중소형 전세 물건을 주로 찾으면서 '중소형 강세,대형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전셋값 오름세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오름세 내지 강보합을 유지하는 데 반해 중대형은 하락세다.

서울 대치동 쌍용2차 전용 132㎡는 지난 1월 5억8000만~6억원에 전세가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선 5억2000만원으로 6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137㎡는 6억5000만원에서 5억5000만~5억8000만원으로 하락세가 가팔랐다.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Ⅱ 120㎡도 6억5000만원에서 6억~6억2000만원으로 내렸다.

지난 2월 3억원에 전세가 나간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수지자이2차 160㎡는 5월엔 2억7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중소형 전셋값은 강세다. 자양동 7차우성 60㎡ 아파트는 1월 2억2000만원에서 이달 2억4500만원으로 올랐다. 잠실동 잠실엘스 60㎡도 같은 기간 3억5000만원에서 3억8000만~3억9000만원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7월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공급면적 66~99㎡)의 3.3㎡당 전세 가격은 평균 650만원으로 중대형(132~165㎡ · 726만원)보다 76만원 낮았다. 1년이 흐른 이달 현재 소형 전세가는 740만원,중대형은 798만원으로 격차가 줄었다.

◆가격 역전 현상도

중소형 전셋값이 더 비싼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대표는 "강남에선 50평형까지는 주택 규모가 커질수록 평당 매매가도 비싸지지만 그 이후엔 다시 줄어든다"며 "최근 전세 시장에도 이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81평) 전세가가 16억원,84㎡는 8억원 선"이라며 "3.3㎡당 전세가는 각각 1970만원과 2280만원으로 84㎡가 더 높다"고 소개했다.

큰 아파트 전셋값이 작은 아파트보다 싼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주엽동의 문촌마을 우성3차에선 전용 164㎡가 지난 4월 2억8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으나 이보다 작은 135㎡는 6월에 3억1000만원에 계약됐다. 층은 각각 15층과 18층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 도화동 현대1차 128㎡(7층)는 4월 3억원에 거래됐다. 이달 같은 단지 내 147㎡(15층)도 3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층수와 면적을 감안하면 147㎡ 전셋값이 128㎡보다 더 싼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전세 시장이 불안한 탓에 2년 뒤 만기 때를 내다보고 적정 규모에서 집을 찾으려는 세입자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지역 2기 신도시나 택지지구 내 중대형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는 데 애로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대형 전세 수요가 적은 만큼 이를 매입하려는 투자 수요도 적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4월 말 현재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은 1만7702가구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