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아리가 집중호우를 동반한 채 한반도를 통과한 지 이틀 만인 29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또다시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이 한국에 영향을 미친 직후 장마전선이 북상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9일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에 비해 세력을 크게 확장하면서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부지방에 형성된 장마전선의 불안정이 강해지면서 천둥 ·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국지적으로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에 176㎜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수원 166㎜,춘천 148㎜,인천 142.5㎜,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5호 태풍 메아리가 6월 태풍으로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한 것을 비롯해 이번 폭우 역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회철 기상청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은 대개 6월 말에는 남중국해 부근에 자리잡는다"며 "그러나 올해는 한반도 남쪽에 강한 세력을 지닌 채 자리잡고 있어 태풍과 폭우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마가 물러가면 더욱 세력을 확장해 다음달 말부터 본격적인 무더위를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년에 비해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해 우리나라에 태풍,폭우,무더위라는 삼중고를 불러올 것이라는 얘기다.

시간당 30~50㎜ 안팎의 폭우로 중부권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 월계동 초안산 국철 1호선 공사 현장에서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인접한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토사에 파묻혔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 흙이 선로에 쏟아져 내려 한때 성북~도봉산역 구간 전철 운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에서만 모두 106건의 침수 우려 신고가 들어오는 등 많은 주택과 도로가 물에 잠겼다.

기상청은 이번 비는 30일까지 이어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중북부 지역의 강수량이 300㎜까지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전선은 30일까지 중부 지역에 머무르다 잠시 남부지방까지 물러난 뒤 일요일인 다음달 3일부터 다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