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공격수로 활약했던 최성국(수원)은 28일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과 관련 창원지검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열린 K리그 컵대회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이뤄진 승부조작을 사전 모의하는 모임에 참석했음을 시인했지만 돈은 받지 않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소문에 휘말렸던 최성국은 그동안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특히 지난달 프로축구연맹 주최로 열린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K리그 워크숍'에서 취재진에게 "사실이 아니니 떳떳하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승부조작 사전모의에 관여했다고 고백한 최성국은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뛰어난 스피드를 앞세운 현란한 드리블 실력으로 '한국의 마라도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팬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정조국(오세르)과 함께 대표팀의 훈련생으로 뽑았을 정도로 떠오르는 별이었다.

20세가 되던 2003년 3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최성국은 그해 말 독일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U-20) 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골을 터트려 스타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이후 A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최성국은 K리그에서도 219경기에 출전해 42골 25도움을 기록하며 매서운 득점력을 과시해 왔다.

최성국은 2009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작년 상무로 들어와 한솥밥을 먹게 된 김동현(구속)으로부터 승부조작에 가담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사전모의를 하는 모임에 참석했던 것이다.

최성국은 비록 승부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김동현이 내민 사례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사랑을 받는 국가대표급 선수로서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이를 숨겨왔다는 점에서 형사처벌 문제와는 별개로 혹독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최성국에 앞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프로축구연맹에 스스로 신고한 전북의 골키퍼도 억대 연봉을 받는 국가대표 출신이다.

최근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남 드래곤즈 소속 선수들 역시 주전급의 고액 연봉 선수들이란 점이 눈에 띈다.

승부조작 파문 초기에는 컵대회를 위주로 비주전급 선수들이 주요 포섭 대상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일부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검은 거래에 연루됐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축구 전반에 걸쳐 승부조작의 '검은 손'이 뻗쳐 있었던 것 같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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