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인물열전] (58) 전단(田單), 가짜로 항복하고 소꼬리에 불 붙여 적진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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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제나라 구하다
기원전 284년.연나라 소왕은 악의(樂毅)를 상장군으로 삼아 다섯 나라의 병사들을 이끌고 제나라를 공격해 수도 임치와 70여개의 성을 함락했다. 제나라는 '거'와 '즉묵' 두 성만을 지키고 있었고 민왕 또한 피살됐다. 이때 전단(田單)은 즉묵성 대부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장군에 올랐다.
사마천에 의하면 전단은 시장감독관 출신으로 무명의 인물이었는데 연나라와의 전쟁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지를 발휘해 장수가 됐다. 그는 얼마 후 연나라 소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혜왕이 장군 악의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을 눈치채고 첩자를 보내 악의가 제나라를 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제나라 왕이 되려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
혜왕은 이 소문을 믿고 악의 대신 기겁(騎劫)을 장수로 임명했다. 악의가 불안한 나머지 조나라로 귀순해 버리자 연나라 군사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불안해했다. 즉묵성 백성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외형상 연나라 전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나라 군사들이 제나라 포로들의 코를 베어버리는 일을 저지르자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이들이 즉묵성 안의 무덤을 파헤쳐 욕을 보이는 일까지 벌이자 제나라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느낀 전단은 전력을 철저히 숨기다가 기습하는 전법을 취했다. 자신의 처와 첩도 군대 속에 끼워 넣고,무장한 병사를 모두 숨게 했다. 노약자와 부녀자들만 성 안에 오르게 한 뒤 항복하자 연나라 군사들이 만세를 불렀다. 그 틈에 2만냥의 거금을 연나라 장수에게 보내니 적군의 마음이 풀어졌다.
이때 전단은 화우진(火牛陳)이란 전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 전략은 이렇다. 소 1000여마리에게 붉은 비단에 오색으로 용무늬를 그려 넣은 옷을 입히고,쇠뿔에는 칼날을 달고,소꼬리에는 갈대를 매달아 기름을 붓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성벽에 구멍을 수십 개 뚫어 밤을 틈타 그 구멍으로 소를 내보내고 장사 5000명이 뒤따르게 했다.
꼬리가 뜨거워진 소가 연나라 군대의 진영으로 뛰어들어가니 연나라 군사들은 한밤중에 크게 놀랐다. 소꼬리에 붙은 횃불이 빛을 내자 용의 모습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 쇠뿔에 받히는 대로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장사 5000명이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질렀다.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구리 그릇을 두들기며 성원을 보냈다. 그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우왕좌왕했다.
제나라 사람들이 연나라 장수 기겁을 죽이자 병졸들이 정신없이 달아났다. 제나라 사람들은 도망가는 적을 뒤쫓았다. 그들이 지나가는 성과 고을마다 연나라에 반기를 들고 전단에게 귀순했다.
화우진 전략으로 승리를 이끈 전단은 나중에 안평군(安平君)에 봉해진다. 사마천은 전국시대 장수 전단이 생사존망의 기로에 있던 제나라를 구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용병(用兵)의 도(道)는 정공법으로 싸우고,기이한 계책으로 (허를 찔러) 이기는 것이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기이한 계책을 무궁무진하게 낸다. 기이한 계책과 정공법이 서로 어우러져 쓰이는 것은 마치 끝이 없는 둥근 고리 같다. 대체로 기이한 병법은 처음에는 처녀처럼 약하게 보여 적군이 (얕잡아 보고) 문을 열어두게 하지만,나중에는 그물을 벗어난 토끼처럼 날래져서 적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이는 전단의 용병법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사기》 '전단열전')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사마천에 의하면 전단은 시장감독관 출신으로 무명의 인물이었는데 연나라와의 전쟁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지를 발휘해 장수가 됐다. 그는 얼마 후 연나라 소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혜왕이 장군 악의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을 눈치채고 첩자를 보내 악의가 제나라를 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제나라 왕이 되려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
혜왕은 이 소문을 믿고 악의 대신 기겁(騎劫)을 장수로 임명했다. 악의가 불안한 나머지 조나라로 귀순해 버리자 연나라 군사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불안해했다. 즉묵성 백성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외형상 연나라 전력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나라 군사들이 제나라 포로들의 코를 베어버리는 일을 저지르자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이들이 즉묵성 안의 무덤을 파헤쳐 욕을 보이는 일까지 벌이자 제나라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정공법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느낀 전단은 전력을 철저히 숨기다가 기습하는 전법을 취했다. 자신의 처와 첩도 군대 속에 끼워 넣고,무장한 병사를 모두 숨게 했다. 노약자와 부녀자들만 성 안에 오르게 한 뒤 항복하자 연나라 군사들이 만세를 불렀다. 그 틈에 2만냥의 거금을 연나라 장수에게 보내니 적군의 마음이 풀어졌다.
이때 전단은 화우진(火牛陳)이란 전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 전략은 이렇다. 소 1000여마리에게 붉은 비단에 오색으로 용무늬를 그려 넣은 옷을 입히고,쇠뿔에는 칼날을 달고,소꼬리에는 갈대를 매달아 기름을 붓고 그 끝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성벽에 구멍을 수십 개 뚫어 밤을 틈타 그 구멍으로 소를 내보내고 장사 5000명이 뒤따르게 했다.
꼬리가 뜨거워진 소가 연나라 군대의 진영으로 뛰어들어가니 연나라 군사들은 한밤중에 크게 놀랐다. 소꼬리에 붙은 횃불이 빛을 내자 용의 모습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 쇠뿔에 받히는 대로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장사 5000명이 북을 울리며 함성을 질렀다.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구리 그릇을 두들기며 성원을 보냈다. 그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연나라 군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우왕좌왕했다.
제나라 사람들이 연나라 장수 기겁을 죽이자 병졸들이 정신없이 달아났다. 제나라 사람들은 도망가는 적을 뒤쫓았다. 그들이 지나가는 성과 고을마다 연나라에 반기를 들고 전단에게 귀순했다.
화우진 전략으로 승리를 이끈 전단은 나중에 안평군(安平君)에 봉해진다. 사마천은 전국시대 장수 전단이 생사존망의 기로에 있던 제나라를 구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용병(用兵)의 도(道)는 정공법으로 싸우고,기이한 계책으로 (허를 찔러) 이기는 것이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기이한 계책을 무궁무진하게 낸다. 기이한 계책과 정공법이 서로 어우러져 쓰이는 것은 마치 끝이 없는 둥근 고리 같다. 대체로 기이한 병법은 처음에는 처녀처럼 약하게 보여 적군이 (얕잡아 보고) 문을 열어두게 하지만,나중에는 그물을 벗어난 토끼처럼 날래져서 적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이는 전단의 용병법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사기》 '전단열전')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